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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은새 Aug 25. 2024

외로움과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240825

여행과 인연, 두 단어를 지그시 바라본다. 커피와 빵, 종이와 펜처럼 궁합이 잘 맞는다. 내가 바라본 여행에서의 인연은 '점'이다. 그 나라, 그 도시, 그때를 바늘처럼 기억 속에 콕 찔러 넣는 점. 이렇게 박힌 이 기억은 여행이 끝난 뒤 그 도시 자체를 대체할 때도, 그 시간을 대신 전달할 때도 있다. 이 점은 무분별하게 흩어진 기억 속에서 그때를 떠올릴 때 사용되는 근사한 이정표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인연은 평면 속에 존재하는 나의 1차원적 여행을 여러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준다. 난 내가 여행하며 무심결에 놓쳤던 것, 내 시선이 머물지 않았던 곳, 내가 등한시했던 순간, 장소, 시간을 다른 이의 감상을 통해 재조명할 기회를 가진다. 다른 이가 전하는 색다르고 낯선 감상은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내가 매력적으로 본 것이 그에겐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그의 감상 포인트가 내겐 적용이 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행은 내게 더 넓고 세심한 감상을 선물한다.

그럼에도 난 대부분의 여행에서 홀로 존재했다. 혼자 걷고, 혼자 감상하고, 혼자 생각했다. 누군가 "여행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인연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난 늘 입을 우물쭈물했다. 내 여행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내게 인연이라는 영역은 텅 빈 주차장처럼 황량하다. 사실 나는 인연이 아직 어렵다.

“그렇게 많은 여행을 다녔으면서, 생각나는 인연이 어떻게 없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무책임한 문장엔 내 부끄러움과 허영심이 한데 뒤섞여있다. 복잡한 감정으로 얼룩진 이곳을 뒤져 변명을 찾아 겨우 얘기해 보면 그래도 나에겐 솔직했다는 정도일까. 난 늘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넬 용기보다 차라리 외로움을 택했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 외로운 감정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지금 배낭을 싸서 어딘가를 가더라도 홀로 보내고 감상하고 밥 먹는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이지 않을까. 난 여전히 인연이 낯설고 때론 부담스럽다. 나의 소심한 문장 위에 위로를 적어 붙인다. 그래도 내 감정엔 솔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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