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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May 29. 2024

45. 인재가 나간다는 말은

- 뛰어난 사람들을 붙잡을 유인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


누가 봐도 유능한 후배 사원이 있다.

연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그의 향방에 이목이 쏠렸다는 후문이다.

내가 봐서도 지금은 일을 배우는 단계이지만

일 처리 능력은 일취월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하면 MZ답게 당당하면서 됨됨이가 있다.


어제 그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왜 누가 봐도 기피 업무이자 난도 최상인

현재의 자리에 자원했는가에 대해

그에게 질문이 들어가자 그가 말했는데,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었다'

답이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살짝 쿵 내려앉고,

슁 하는 바람소리마저 들렸다.

마침 이 날 내가 젊은 공무원들의 이직 현황을 다룬 보도를 접했던 것이 떠올랐다(아래 링크).

대기업으로, 스타트업으로, 그리고 로스쿨로의 발걸음에 직무 현장은 술렁거리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자, 그렇다면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이 전체 공무원 중에서 3분의 1이나 4분의 1이라는 것을

나, 즉 공무상요양 승인 신청자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글로 써 보려고 한다.



https://v.daum.net/v/20240526142802662





1~3년차에 떠나는 공무원들이 퇴직자 중에서도

가장 많다고 한다.

사실 그 때라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결국 이직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낮은 급여' 수준이 개선되어서도 아니고

바라는 대로 조직이 돌아가게끔 바뀐 무엇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결국 떠나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들은

느슨한 조직 생태에 적응되어 버린 면이 하나,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한 면이 다른 하나이다.


어제의 저 사원이 당장 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조직의 기피 업무에 배치해 주길 원했던 획기적인 선택을 한

그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나는 새로움에 대한 열정, 선망, 도전정신을

그에게서 느꼈는데...


그런데 말이다.

과연 그가 다시 3~5년이 흐르고 나서도

계속 새로운 업무에 순환 배치되길 희망할까?

또한 조직의 문화가 그와 같은 이들의 유능함만을 활용할 뿐,

그의 창의적/합리적인 아이디어를 검토조차도 하지 않을 만큼 변화에 인색하다면 

그에게 일은 무슨 의미를 갖게 될까?


그냥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한다.

“좋은데 ?!! ~ 일단 한번 해 보자~“라는

제안과 수용의 변증법적인 과정이 증발해 버린 현장을

그는 어떻게 하면 참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을까.

과연 그래야 할까?





반드시 가라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발병하기 전에는 으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발병 이후로는 당연히 일을 열심히 할 수 없었고

열심히 한다는 것이 때로 헛발질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도대체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입방아로 놔 두지를 않는다.

“너는 왜 열심히 하냐?”고 대놓고 내게 물은 사람은

자기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시인한 거나 같았지만

제재를 할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이직을 꿈 꾼 적이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 진작 떠났더라면 오늘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 지독한 후회를 해 봤기 때문에

어제의 능력있는 후배의 낯빛을 스치고 간

불안한 기색을 난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되는 걸까’,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의 끄트머리들.

자신의 한계를 무한히 밀어내야 한다는 사실 앞에

움츠러드는 마음자락들

있다. 안다.


알지만,

‘미래’는 누구나에게 ‘오지 않은 것’인 걸

알지만.


즐겁게, 격정을 쏟으며 일할 수 있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내가 하루 아침에 없어져도 안색 한번 바뀌지 않는

무디어도 너무 무딘, 닳고닳은 사람들의 조직에서

자신의 재능을, 젊음을 썩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dff3dd9acfae4f7/36


‘대장’이 돌아와서 나를 살려내길 포기했을 때

다정한 'J'가 한 말이 있었고

결과는 그 말처럼 되었다.

 'J'는 말했었다. “탈출하는 자가 승리하는 자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서 우리끼리 독생독사하려는

추세로는, 공무원으로 늙어가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선택을 도저히 막지 못한다. 그러니,


떠나기를 마음 먹은 자, 반드시 떠나라.


그리고 뒤에 남은 우리들은 인정해야 한다.

여기는 스마트하고 일 잘 하면서 매우 감각이 좋은 그들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작은 이익을 취하는 재주 부리기만을 재빨리 캐치하곤 하는 일부 재직자들이 오염수에서도 잘 살아남은 것과 비교되지 않는 차원의 그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잡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일은 사람이 하고

일은 사람을 돕는다.



나는 공직이 정체되는 원인을

이 원리가 적시에 순환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은 사람의 ‘생각머리’와 사람의 일손이 그의 ‘일머리‘와 결합해서 창조되며

그렇게 탄생한 행정적 재창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움닫이(‘도움닫기’) 역할을 한다.


사실은 유능한 인재가 정말 필요한 곳이

‘공직’인 것이다.

안.타.깝.기가 짝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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