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고비는 간절함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배움이 된다.
"VRE균"이란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감염증의 줄임말로, 광범위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장알균(vancomycin-resistance enterococci, VRE)에 의한 감염을 의미한다. -출처 : 다음 백과(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H003834)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증상도 없지만, 와상환자(질병등으로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에겐 치명적이며, 대부분 항생제에 의한 내성으로 생기거나 병원 내 감염으로 생긴다고 했다. '아빠는 중환자실에서부터 항생제를 많이 맞으셨기 때문에 원인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VRE균에 걸리면 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활도 불가하다. 그나마 치료사분이 오셔서 관절이 구축되지 않게 30분 정도 관절운동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
아.. 그동안 아빠를 위해 열심히 알아보고, 뛰며 애썼던 내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개인 간병 비용의 부담과 함께 간병인 분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VRE균이 언제 없어질까 하는 등의 걱정이 한 번에 밀려왔다. 처음으로 아빠를 지킬 자신이 없어졌다.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속상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답도 없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계속하다가 정보들을 주기적으로 찾았었던 뇌질환 카페를 떠올렸다. 그 카페에서 초유파우더가 VRE균 해제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보고,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해볼 수 있는 건 시도해 보기로 했다.
"선생님, 혹시 VRE균 해제에 초유가 효과가 있을까요?"
"그건 사실 보호자님들 사이에서 근거 없이 떠도는 이야기예요. 아버님께서 드셔도 효과가 없으실 거예요."
주치의 선생님께선 초유는 효과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실 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시도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초유를 꾸준히 먹여보기로 했다.
아빠가 1인실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병원에선 자꾸 전원 요구를 했다. 병원을 알아보기 힘들면 병원과 연계되어 있는 요양병원으로 연결해 준다는 말과 함께..
아빠를 요양병원으로 전원 시키기엔 너무 불안했기에 2차 병원들을 알아봤지만, 대기 환자가 30명이 넘는 곳도 있었고, 거의 대부분은 1인실이 꽉 찼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요양병원으로 우선 전원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설사가 조금씩 멈추고, 매주 한 번씩 3번 검사를 한 결과, VRE균 해제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끝이 안 보이는 고비를 경험하는 동안에는 너무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능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간절함은 멈추지 않았다. 정보를 더 찾아보고, 배우고,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시작해 보았다. 그 시작의 경험을 통해 나는 기적이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