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폐색전증? 그게 뭐예요? VRE는 또 뭐구요?
아빠는 2개월 동안의 중환자실 생활을 마치고, 재활의학과 병실로 이동했다. 병실로 이동하던 당일 아침, 재활의학과 담당 의사선생님과 통화했던 내용들이 머리를 스쳤다.
"아버님은 뇌 손상 부위가 워낙 커서 재활 받으셔도 효과가 없을 거예요."
보호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조금의 시도라도 해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단호하게 단정 짓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아빠가 부디 기적이란 걸 만들어주시리라 간절히 믿었다.
아빠가 일반 병실로 이동 후, 제일 좋았던 건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중환자실에서는 면회시간 30분이라 매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야 했기에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 주 주말, 아빠를 보러 갔는데 아빠의 호흡이 좀 이상했다. 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시는 증상이 생긴 것이었다.
"간호사선생님, 아빠께서 숨을 한 번에 몰아쉬시는 증상이 보여서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중환자실에선 없었던 증상이라 간호사선생님을 뵐 때마다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렸다.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월요일이 되어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께서 호흡이 불안정하신 이유는 폐색전증 때문인 걸로 추측됩니다. 폐색전증 같은 경우는 보통 혈전이 떨어져 나가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중환자실에 계셨을 때부터 있으셨던 것 같아요. 검사해 보니 부정맥과 심방세동까지 있으시네요."
"아니.. 중환자실에 계실때는 말씀 안 해주셨던 내용인데... 그럼 아빠가 많이 위험하신 걸까요?"
"폐색전증은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 확률이 올라갑니다.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아버님은 현재 처치실에 계시구요. 심장내과와 협진 후 내일 심장 중환자실로 이동하실 예정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재활의학과로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음날, 회사에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하였다. 아빠는 처치실에서 혼자 사투하고 계셨다. 한 시간 뒤쯤 아빠는 심장 중환자실로 가셨고,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잡고, 다시 집으로 향하였다.
다음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안정되셔서 다시 재활의학과로 전과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심장 중환자실에 가셨을 정도면 조금 더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닌지 싶었지만, 일단 전과를 하고 심장내과와 계속 협진하여 약을 투여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아빠는 다시 안정을 되찾으셨고, 재활을 받으시며 점점 더 회복하시고 계셨다. 눈에 띄는 회복 속도는 아니었지만, 나의 손을 잡아주시는 등 미세한 변화에 기적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아빠가 병원에 계신지 3개월이 되던 차.. 보호자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전원 요구를 받았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병원들을 알아봤고, 전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을 확정받았다. 전원을 하려면 VRE란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검사를 한 결과, 아빠에겐 VRE 균이 나왔다.
VRE.. 대체 넌 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