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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n 11.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비행기 안의 반려견

반려견에게도 개 팔자가 있을까요?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동네공원에서 또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중에는 어김없이 반려견과 함께인 사람이 많습니다.

호칭도 조선시대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기절 초풍할 정도로 아주 인간적입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저 조차도 들을때마다 익숙치 않은 ,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견주들을 보면 표현은 하지 않지만 기분이 아주 상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견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는것 같습니다.

만약 반려견과 함께 하는 견주가 강아지에게 말을 할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견주 자신을 칭할때 " 주인 말 잘들어야지~~~" 또는 " 여자주인에게 가봐~~" 라고 한다면 그것도 이상한거 같습니다.

어쨌든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구수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익숙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주인 엄마 아빠를 잘 만난 강아지는 비행기를 탈때도 비지니스클래스로 가고, 그러지 못한 강아지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앞좌석 하단에 CAGE에 갇힌채로 10시간 이상을 가야하니 강아지에게도 사주팔자는 있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주인을 잘못 만나 학대 받거나 버려지는 유기견이 많다고 하니 강아지 뿐 아니라 동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음이 아프기도합니다.


7~8년전 일등석, 퍼스트 클래스에 아주머니 한분이 강아지와 함께 탑승을 하셨습니다.

강아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그날 일등석에 혼자 계셨던 그분은 화장실 가실때마다 승무원을 호출하여 " 우리애기 좀 봐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승무원 입장에서 강아지 보모 노릇을 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만은 일등석 승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승무원은 없습니다.

그나마 그날은 승무원들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는 탓에 승객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규정상 비행중에 반려견을 CAGE 안에서 꺼내서는 안되는데, 그날은 일등석에 다른 승객도 없었고 , 좌석 옆에 다른사람의 시선을 차단하는 도어(DOOR)가 장착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당승객을 제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규정 위반에 대한 책임 문제로 담당 승무원이 제게 보고를 했고, 저 역시 규정 고지는 해야 된다는 책임감에 승객에게 다가가 말씀 드렸습니다.

" 대표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해당 승객은 웃으시며 " 알고 있어요. 우리애기 꺼내면 안된다는거...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우리 애기 하늘나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안았어요. 나랑 18년 함께 살았는데 곧 하늘나라 갈것 같아서 오늘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눈치 안보려고 일등석 끊어서 온거예요. 이해 좀 해주세요~~"


아, 정말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규정 내세워 뭐라고 말한다는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 그러시군여. 저도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이별을 준비하시느라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목적지까지 계속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물러난 나는 담당 여승무원들에게 내용을 알려주고 한마디 하였습니다

" 강아지 팔자가 나보다 낫네..."

비행중에 만난 반려견 중에 최고로 복받은 강아지..,,


부쩍 늘어난 반려견 동반 승객으로 인해 우리 승무원과 항공사 직원들은 자주 난감한 문제에 부딪힙니다

반려견과 함께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반려견 탑승 관련 규정를 몰라서 탑승 수속 직원과 실랑이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간인 라운지나 공공장소에서 반려견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다른 승객과 논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비행 내내 짖어대는 강아지로 인해 다른 승객의 휴식을 방해하기도 하고 , 이로인해 중재에 나선 승무원들은 양쪽 승객 모두에게 불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승객중에는 탑승전 강아지에게 소량의 신경 안정제를 먹이기도 합니다.


항공사의 손님이 데려온 강아지를 승무원이 직접 제지하거나 돌볼수도 없는 입장에서 탑승전 정보에서 반려견이 탑승한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승무원들은 이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사태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견주들의 에티켓 준수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것만은 사실인거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개선이 된다면 반려견에 대한 항공사의 다양한 서비스가 실시 되거나 규정에 대한 유연성이 이루어지리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저 하늘 위의 수많은 비행기 안에는 짖어대는 반려견으로 인해 마음 졸이는 승무원과 견주들이 있을겁니다.

부디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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