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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n 12.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벼락 맞은 비행기

비행기가 시속 300키로로 활주로를 질주하다 기수를 들어올려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비로소 날기 시작합니다.

그 자세로 어느정도 하늘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하얀구름을 지나 어느듯 파란하늘이 펼쳐집니다.

하늘이라는 공간 위해서 비행기는 편안한 순항을 시작하게 되고, 승객들은 긴장을 풀고 설레이는 여행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아마 우리같은 승무원들은 비행 업무의 고단함을 지탱하기 위해 이륙 후 보게되는 파란하늘을 목적지 도착전까지 마음에 품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비행이 늘 이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순항고도에 들어섰지만 나쁜 기상으로 비행내내 흔들리거나 가끔은 예상치 못한 벼락을 맞기도 합니다.

처음 비행기에서 근무중에 벼락을 맞았을때는 정말 두려웠습니다.

나름 혼자서 배낭여행을 할 정도로 강심장이었던 20대 후반의 그 시절에 난데없이 울리는 큰소리와 비행기 창문밖의 섬광에 내 심장은 쪼그라들었고 랜딩하는 순간에도 점프싯(JUMP SEAT, 승무원 좌석)에 앉아 창밖을 주시하며 걱정을 하였습니다.

교육때 누군가 질문을 했던것 같았지만 뜻하지 않게 승무원이 된 나에게는 교육 내용보다 한 교실에서 교육받던 이쁜 여자 동기들에게 더 신경을 썼던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비행기업무와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알게된 여러가지 항공상식중에 , 비행중 항공기가 벼락을 맞더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단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체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말입니다.

이후 여러차례 같은 경험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태연한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두려워하고 놀란 승객을 진정시키는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10여년 전부터는 비행중 벼락을 맞는것을 아주 소중한 경함이라 생각하며 발상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벼락맞을 확률에 비교하여 로또 당첨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신문기사를 보고 난 이후, 비행중 벼락을 맞게 되면 반드시 로또를 사게 되었습니다.

도착 시간이 늦거나 로또 판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혹 착륙이 늦어지거나 회항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이후 몇번 더 벼락을 맞았는데 신기하게도 5만원짜리가 두 번 당첨 되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번호를 뽑아도 5천원도 안되는 로또가 무려 두번이나 5만원에 당첨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요행을 바랬다기 보다는 벼락 맞은 비행기의 찜찜하고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상황으로 인식하고자 했던 저 자신의 긍정적 자세에 대한 행운이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최근 심리학이나 뇌과학 관련 책을 보면 이러한 것과 관련있는 내용들이 새롭게 많이 밝혀지고 있는데,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긴 어렵지만 일정부분 영향은 있는것 같습니다.

' 절실히 생각하고 꿈꾸면 이루어진다'

' 말하는대로 이루어 질것이다' 와 같은 말들은 대개가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인식' 으로 전환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벼락을 맞기란 일생에 단 한번도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비행기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가.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벼락맞을 확률로 벼락을 맞아도 안전한 비행기 안에서 그 벼락을 맞게 된다면 정말로 희귀한 경험이 아닐까요?


요즘은 이런 긍정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다르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기치 못한 문제로 항공기 출 도착이 아주 많이 늦어지면 승객들이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때 저는 그중에서 나름 우호적이고 표정 좋은 몇몇승객에게 다가가 말을 걸면서 위와같은 논리로 부정적 상황에 처한 승객들을 긍정적 인식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 손님 평생 살아 오시면서 비행기 타고가다 이렇게 벼락을 맞거나 , 이렇게 늦게 출 도착 하는 경우가 과연 몇번이나 있을까요? 남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이 상황을 인식하신다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좋은 행운이 오기 이전의 전조 현상이 아닐까요? 전 오늘 비행 끝나면 로또 사러갈려구요.." 라고 말하면 많은 승객들이 불만을 표현하기보다 인내하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25년을 비행하면서 겪은 여러가지 경험론적 진실 하나가 있습니다.

" 상황은 바뀌기 어렵다. 그 상황에 처한 나를 먼저 바꾸면 나쁜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다.."


비행기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이  다 좋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 이용하게 되는, 또는 가끔 이용하게 되는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싫든 좋든 좋은 경험으로 인식한다면 삶에서 겪게될 다른 공간에서의 일들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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