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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n 16.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부부의 세계 2

부부가 함께 꼬~옥 손을 잡고 전세계 유명 관광지 , 휴양지,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석양을 배경으로 걷는 모습에서부터, 함께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는 광경까지 보게되면 부부의 세계는 무척 낭만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비행기에서 본 부부의 세계는 항상 낭만적이거나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행복한 미소를 지을수 밖에 없을겁니다.


두 부부가 함께 비행기에 오릅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긴장되기도 하겠지만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기대감으로 부부는 행복해 할겁니다.

하지만 두 분의 표정에는 행복이나 기대보다 짜증이 섞여 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탑승할때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말다툼이 있었던게 분명하지요.

하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아닙니까? ㅎㅎ

여행중에 만나게 될 멋진 야경과 맛있는 음식에 부부는 다시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웃게 되지요.


몇 년 전 엑스레이 검색을 통과하고 게이트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디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보니 60대 중반의 부부가 서로 소리를 높여 싸우고 있었습니다.

얼핏 들어보니 화장실에 손가방을 두고 출국장을 들어왔는데 , 찾으려는 노력은 강구하지 않고 서로 야단만 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잘못을 전가하면서 말입니다.

그냥 지나 치려다 두고온 손가방안에 여행 경비를 포함해 상당한 금액의 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기위해 다가갔습니다.

" 두 분 어르신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알려 주세요. 제가 도울수 있으면 도와 드리께요~"

남편 되시는 분은 자녀들의 배웅을 받기 전 화장실에 다녀 왔는데 그곳에서 깜박하고 손가방을 두고 오셨다는 겁니다.

다행인건 여권과 비행기표는 아내가 가지고 계셔서 출국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확한 화장실 위치를 묻고 탑승편을 확인 한다음 지상직원을 찾았습니다.

출발까지 시간이 있어서 서둘러 주변에 있는 지상직원에게 부탁했지만 그 직원은 대수롭지 않은듯 다시 나가시면 출국이 어려울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길래, 출입국 관리에겐 제가 이야기 할테니 화장실 까지만 동행 해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나도 근무를 위해 빨리 이동해야 했기에 두분을 모시고 출입국 관리에게 부탁하여 그 두분의 역사열( 출국장에서 다시 되돌아 나가는 것)을 부탁하고 어렵겠지만 다시 출국 할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이후 상황까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전 내가 근무할 비행기에 탑승후 어느정도 마무리를 한다음 그 두분의 탑승여부가 궁금해 졌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두 분이 탑승하는 항공편 승무원을 검색해보니 다행히 저의 팀원이 한명 있었습니다.

탑승전이라 전화를 걸어 그 두분의 탑승 여부를 확인하고 늦게라도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거기다 가방를 찾으셨다면 싸우지 말고 즐겁게 여행하시라는 당부까지 하였습니다.


내가 근무한 항공기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고 호텔에 들어가니 그 여승무원으로부터 톡이 와 있었습니다.

그 두분은 가방을 되찾아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해서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다는 겁니다.

재밌는건 공항에서 그렇게 싸우시던 분이 비행내내 웃으시며 사이좋게 가더라는 겁니다.

저의 팀원에게 저더러 도와줘서 감사했다라는 말씀을 전달해 달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 그 기장님께 고마웠다고 전해주세요~"

전 기장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ㅋㅋㅋ


부부 여행이 늘 즐거울수는 없습니다.

특히 여행중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사건 사고로 인해 말다툼을 하게 되면, 그 여행은 추억이 되기보다 악몽에 가까운 경험이 됩니다.

차라리 부부가 따로 따로 여행하는 경우가 더 행복해 보이는것 같기도 합니다.

30대 후반 이후 여자분들만의 단체 해외 여행의 경우를 보면 여고생들의 수학여행을 보는듯 합니다.

누가 한명 우스개 소리라도 하면 온 비행기가 떠들썩 하게 웃기도 합니다.

언젠가 서비스 하다가 농담삼아 " 아니, 신랑들 없이 여행하니 그렇게 좋아요? " 라고 했더니 그야말로 비행기가 떠나갈듯 깔깔 거리며 다들 한마디씩 던졌는데 , 전부 알아듣진 못했지만 여기 저기서 ' 그 인간 ~~' 이라는 말이 몇번 들렸습니다.


반대로 아내없이 남자들끼리 떼를 지어 여행가는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공항에서 들떠 있던 그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여승무원들에게 재미없는 농담을 하거나 허세를 부리곤 합니다.

식사 서비스가 시작되면 여행을 가는건지 술을 마시러 가는건지 구별이 안갑니다..

여하튼 부무동반의 여행보다 부부따로의 여행이 훨씬 더 즐거워 보이는건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부부가 함께 하는 여행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경우가 부부만 가는 경우가 아니라 자식들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효도 여행이라고 부모님 단 둘이서 여행을 보내는 것보다 거리는 가깝더라도 비용한도 내에서 가족 모두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하는것이 가장 좋을꺼라 여겨집니다.


자식이 그리운 부모님들에게는 아름다운 관광지도 필요없고 , 해외 맛집 식사가 아닌 햄버거를 먹더라도 자식들과 함께 하는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부부는 싸워도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가도 변함 없습니다.

어리석은 젋은 시절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보지 못한 이 불효자는 그게 늘 가슴에 남습니다.

자식된 도리로 부모의 세계를 이해한다면 자식을 두고 있는 지금 , 부부의 세계도 이해 할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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