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split Jul 01.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

대한민국 국적기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특별히 추억이 되는 먹을거리가 바로 라면입니다.

매콤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일주일 이상 외국에서 여행을 하고 돌아오시는 탑승객에겐 반가움이상 감동이 될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장기간 유럽을 여행하시고 난 , 귀국길에 오른 단체 승객에게는 비빔밥 못지 않게 인기가 있는 메뉴가 라면입니다.

때론 전쟁이라고 표현 할 정도로 많은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라면을 요구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한번은 탑승중에 승객 한분이 기내물품 보관함 겉면에 '라면' 이라는 메모를 보시고 미리 주문하니까,여기 저기서 라면을 요청하기 시작하여 담당구역 여승무원이 어쩔줄 몰라하며 제대로 응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나서서 ' 나중에 식사 서비스 할때 주문하십시요~~최대한 준비 해드릴테니 걱정마시구요~~' 라고 말씀드리니 주문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충분하지 못한 탑재량때문에  주문하시는 승객 모두에게 제공해드리지 못할까봐 걱정으로 인해  그 여승무원이 당황 했겠지만, 그런식으로 응대를 하면 탑승중인 승객이 계속 주문 할수 있기 때문에 경험에 근거한 응대를 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내에서 라면 서비스를 언제부터 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첫 비행을 했던 25년전에도 상위 클래스에서는 라면을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경력이 오래된 승무원이라 문제 없지만 , 한식아닌 다른 종류의 음식을 즐기지 못했었던 저로서는,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양식은 별로 입맛에 맞지 않았고, 음식을 가열하는 오븐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비행중에는 식사를 제대로 못했었습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곳이 당시 일등석을 담당하는 최고 선임 여승무원 선배가 라면을 끓여서 저에게 주었던 일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경이로운 경험이었을 뿐 아니라 비행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구세주 였습니다.


이후 비행기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졌고 비행기에서 먹는 특별한 라면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거의 모든 비행에서 라면을 먹곤 합니다.(승객에게 제공하고 여분이 있을 경우에만요^^. 라면이 없을땐 가끔 금단현상이 일어남)


라면서비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좀더 나은 대 고객 만족을 위해 일반석( 이코노미석)에도 서비스가 시작 되었는데, 상위클래스와는 다르게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승객에게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상에서와 다른 조건(생각보다 뜨겁지 않은 물,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으로 인해 지상에서 먹던 라면의 맛을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럭저럭 만족하시는 승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승객의 불만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3만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먹는 라면이라는 색다른 상황을 감안하고 먹으면 큰 문제가 없는 라면을 , 지상에서와 똑같은 맛을 기대하는 일부 세심한 승객들의 만으로 인해, 라면서비스는 승무원들에게 천덕꾸러기 서비스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뜨거운 물을 짧은 시간 동안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고( 물을 가열하는 핫컵 내지 핫 보일러의 용량으로 인한 문제), 자주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뜨거운 국물로 인한 승객및 승무원의 화상 문제, 그리고 먹고남은 라면 국물과 찌꺼기 처리문제가 승무원에겐 번거로운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승무원의 주된 업무는 안전과 서비스 이 두가지로 규정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과 서비스는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라면 서비스가 그중에 하나가 될수 있습니다.

맛있는 라면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기내 부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 화상' 이라는 근거에서 라면서비스를 판단하면 ,그리 좋은 서비스가 아닌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고객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승객들이 좋아하는 라면 서비스는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크게 만족 시킬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뿐더러, 이미 라면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안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라면 서비스를 중지하기엔 뭔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라면을 요청하는 승객에게 우리 승무원들은 항상 ' 화상' 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한번은 해외 연수를 가는 고등학생 단체가 식사 시간에 여기 저기서 라면을 요청 하였습니다.

당일 상위 클래스 승객이 많지 않아 일반석 업무를 지원하러 갔는데, 장난끼 많은 고등학생들이라 여승무원들에게 라면과 함께 김치 단무지등을 요구 하면서 당황해하고 미안해하는 여승무원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학생이 나에게

" 아저씨, 김치주세요~ 아님 단무지도 좋아요~~"

그러면서 옆에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엔 정중함보다 위트나 재치 등으로 응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존대말보다 약간은 반말 스럽게 응대 했습니다.

" 아~~ 학생은 여기가 김밥 천국인줄 아는구나~~

맨~~날 분식점만 가니까 그렇게 착각 할수도 있겠네..

김치나 단무지는 김밥천국 가서 많이 먹고 여기선 비빔밥과 라면에 만족해~~ 알았지? "

순간 그 학생 주변 친구들과 인솔 교사들이 동시에 큰소리로 웃으며 오히려 그 학생을 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라면을 먹는다는 것은 분명 신선한 경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수십년 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 잡은 그 라면을 비행기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인것도 분명합니다.

또한, 라면 서비스 하나에도 안전을 신경 써야 하는 우리 승무원들도 훌륭한 서비스 맨입니다.

다소, 지상에서 만큼 맛있지는 않겠으나 매콤한 라면 특유의 맛은 유지 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에겐 힘든 서비스 중에 하나이지만 그래도 승객들이 좋아하는 라면서비스가 없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바램과는 달리 코로나가 쉽게 물러나지 않는 것 같습이다.

힘든 상황에 쉬고 있으니 더욱 더 비행기 안에서 먹던 라면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집에서 파송송 계란 탁 넣어서 라면이나 먹어야 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행기 타는 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