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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l 15.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조직 문화

율곡 이이 선생을 아십니까?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십만 양병설' 을 주장하신 분 말입니다.

선생께서 주장하신 '십만 양병설'을 당시의 임금이 받아들이셨다면 임진왜란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었을까요?

미래를 내다보신 선생의 혜안은 사실 ' 십만 양병설'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논한 ' 창업 - 수성-경장' 이론입니다.

나라가 만들어지는 창업의 과정과 창업된 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수성의 과정, 그리고  더 오래도록 그 나라를 지켜 나가기 위한 경장(更裝)의 필요성을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셋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경장(更裝)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다시 고쳐서 꾸미기 위해서는 기존에 굳어지고 낡아진 것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기존의 고 굳어진 세력이나 문화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새롭게 거듭나려는 시도가 갈등이나 분쟁으로 나타나 조직의 분열과 함께 폐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장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주저하다 보면 시기를 놓쳐 이 역시, 폐망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경장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요소 하나가 바로 조직 문화입니다.

많은 사회 과학 전문가들이 이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는데, 공감을 하면서도 실천적 수용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조직 문화를 논하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 수직적 조직 문화' 또는 ' 수평적 조직 문화' 아닐까 생합니다.

조직 문화란 그 조직의 역사나 전통을 대변하기도 하고 다른 조직과의 차별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가끔 변화하기도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로 인해 그 조직은 도태되거나 완전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자생력을 가진채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수용과 조화가 이루어진다면 구성원의 만족감도 커지고 그 조직의 생명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겁니다.


승무원 조직은 점점 '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하는, 아직은 ' 수직적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평적으로의 변화는 과거보다 상호 존중의 경향이 강해지고 이해와 협력이 더욱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 간의 작은 불협화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밝고 건강한 미래의 조직 사회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됩니다.


승무원 조직의 기본적 문화는 상하 관계를 기본으로 한 지휘 통제의 체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외항사와 비교했을 경우에 한함)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비행근무에 투입되면 먼저, 팀에 소속이 됩니다.

한 팀에는 팀장 , 부팀장의 직책을 가진 사람과 팀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입사 순서대로 팀 내 역할이 주어지는데, 팀제의 부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팀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팀제의 특징은 상하 관계가 분명한 만큼 주로 지시와 명령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시니어 리티(선 후배 관계)가 엄격히 이루어 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불합리하고 부당한 지시 사항에 대해서 감히 이의 제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을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이런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또 불합리하게 악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가 몇몇 구성원의 개인적 목적에 의해 왜곡되어 팀제의 문제점으로 인식되기도 하여 , 일종의 불편이나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무엇이 올바른 방법인지는 쉽게 단정 할 수 없으나 수직적 조직 문화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 팀에 배속되었을 때 팀장 부팀장 외에 탑 시니어( TOP SENIOR, 최선임 여승무원)라는 직책이 있었는데, 여승무원들 입장에서는 팀장 부팀장이 누구냐 하는 것보다 탑 시니어가 누가 될지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경험한 내무반장 또는 군기 반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탑 시니어였고,  팀장 부팀장의 지시나 명보다 탑 시니어의 지시나 명령이 더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이런 시니어리티(선후배관계)에 푹 빠진 탑 시니어들이 해외에서 승무원들을 집합시켜 혼내기도 하고 개인적 취향에 따라 팀장이나 부팀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탑 시니어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나름 직장인 이전에 사회인으로서 독단적인 생활이나 주장을 하게 되면 , 어느 순간 탑 시니어의 암묵적 지시하에  자기도 모르게 다른 팀원으로부터 왕따 당하거나 하드 타임(hard time. 콩글리쉬로 판단됨)이라고 하는 일종의 괴롭힘을 받곤 하였습니다.

최근 어느 운동선수의 극단적 선택 이면에는 불합리한 조직 문화가 원인이었는데, 엄격한 선 후배 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 승무원 사회 역시 불합리 비효율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믿습니다.

율곡 선생이 말씀하신 '경장'시기는 분명한데 올바른 방향을 찾기 전의 갈등이라 여겨집니다.


과거에는 무서운 팀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팀장의 지시나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했습니다.

리더십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선 시기에 팀장이 되었던 남자 사무장들의 대부분이,  군대에서 경험한 조직 문화를 그대로 실천하면서 여자들이 대부분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처럼 상명하복의 지시 명령체계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자 팀장(관리자)보다 여자 팀장들이 더 많은 상황이 되었고 다양한 세대가 한 팀에 있다 보니 체계의 엄격성보다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이 많아졌습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여자 팀장들에게 부족한 과감함이나 유연성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만들고. 남 녀 구성의 불균형으로 인한 편향된 팀 분위기, 개인화되어 가는 추세로 생기는 분열된 조직문화는 가끔 갈등으로 폭발하여 전체적으로 불신하는 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조직이 비대화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가 수면 밖으로 떠 오르면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폐지될 수밖에 없는 '팀제'이지만 팀제의 장점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팀제 안에서 인간관계가 형성되다 보면 팀이 끝나도 연락하고 만나는 선배나 후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을 가끔 만나서 얘기도 하고 식사도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팀제가 아니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팀 단위로 이루어져야 할 업무 역시 팀제가 아니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으니 , 경영의 입장에서 팀제 폐지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하튼 모든 게 아쉽고 어려운 시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조직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기업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요소가 조직 문화의 개선 또는 발전입니다.

승무원 조직의 문화가 다양한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인해 큰 문제로 바뀌기 전에 서로가 불편하게 느끼는 행동이나 언행은 자제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동료의식을 좀 더 발전시킨다면 회사 역시 잠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조직문화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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