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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l 26.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유머 감각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새롭게 소속된 단체에서 구성원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행동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유머 감각을 키우는 게 아닐까요?


흔히 말하는 '농담'을 잘하는 사람은 친화력이 좋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낯선 사람끼리의 모임이나 회의에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면 분위기는 금세 달라질 것입니다.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 피식' 웃게 만드는 능력 정도만 있어, 그 사람은 분명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요즘은 관리자나 리더의 덕목에도 '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할 수 있는 능력 유무를 따지곤 합니다.

이처럼 '농담' 또는 '유머 감각'은 현대 직장인에게는 아주 유능한 능력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유머에 익숙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잘하거나, 유머로 대인 관계를 잘 형성하는 사람을 ' 유머 친화형'이라고 규정해봤습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많이 경험했는데, 금전적 수익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유익했습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재미있는 말투나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음담패설, 또는 독특한 개똥철학으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유머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친화력이 좋아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있거나 도움을 쉽게 받습니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주는 유머를 고객 마케팅에 활용하여 고객 불만을 감소시키거나 고객만족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항공사 중에 사우스 웨스트 항공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머를 고객 마케팅 또는 고객 만족에 활용해 왔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 가끔 업로드되기도 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 기내 안전 브리핑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 비행기에서 흡연을 원하시는 승객들께서는 창문을 열고 날개 위에 앉아 흡연을 하시면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멘트인데, 이 방송을 하면서 딱딱했던 기내 안전 브리핑을 즐거운 시간으로 바꾸었습니다.

제 경험상 미국인들은 대부분 유머 친화형 인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이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지연이나 승무원 실수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유머 친화형 고객을 만나면 승무원이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재치 있는 사과나 행동 하나로 불만을 칭송으로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유머에 무감각하고 공감 능력이 다소 부족한 승객을 만나면 비행 자체가 무미건조해지거나 심할 경우엔 갈등 불만으로 표출되어 승무원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공통된 특징은 상대에 대한 경계와 무조건적인 의심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실수에 대한 미안함으로 살짝 미소를 지어도 비웃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 항공기 규정이나 절차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드리면 자기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에게만 가해지는 불평등이나 차별로 받아들여 가끔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비행에서 이런 분들을 만나면 우리 승무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평소의 몇 배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가끔 $10 달러 농담을 즐기는 저는 영어를 용하는 외국인과 자주 대화를 합니다.

외국인 승객이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보를 원하면 일단 요청대로 해주고 난 후 " It's 10 dollar"라고 하면 거의 모든 외국인이 웃게 됩니다.

특히 해외공항이나 호텔 관광지 등에서 $10달러 농담을 하면 외국인들의 태도가 금세 달라집니다.

그들의 마음에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 동양인이 이런 농담을 하니 신기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기내에서도 가끔 탑승 클래스와 상관없이 외국인에게 'It's $10'라고 하면 분위기가 금세 밝아집니다.


유머로 다가가면 인간관계의 시작을 부드럽게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유머가 잘 통합니다.

특히 저와 같은 X 세대 이후부터는 그런 경향이 강한데, 굳이 이유를 찾아본다면 민주화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개방적으로 전환되면서 각종 대중문화의 자유로움이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베어 들면서 생긴 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나이 진득한 50대 후반의 한국 남자들에게는 유머가 먹히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제 경험상 비행기 승객 중에 저의 유머나 장난이 가장 잘 통하는 연령대는 남녀 구분 없이 20대 후반과 30대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살아온 인생을 보면 사회문제에 고민하던 그들의 이전 세대와 다르게 대중매체의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무겁고 어두운 면 보다 가볍고 밝은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관점에서 뭐든지 신중하고 성실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려는 부모님 세대가 당연히 꼰대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많은 꼰대들의 행태마저도 해학이나 유머로 받아들이려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인 거 같습니다.


유머를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개발한 사람도 많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저서에도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유머의 효과를 언급한 내용이 많은데, 일단 유머로 나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 이후의 관계는 원만해진다는 것입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보다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가 인간관계 형성의 좋은 시작이 되고, 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료가 바로 유머란 뜻입니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색한 부분이 '승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 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다가가려면 가식이 다소 필요한데, 운 좋게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유머로 대처한다면 승객에게 다가가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행기 안에서 자주 걸어 다니고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이 승무원에게 다가가기보다 승무원이 승객에게 다가가기엔 훨씬 좋은 위치에 있으니 진심을 가지고 고객을 응대하면서 때와 조건에 맞는 유머를 구사한다면 그 승객과의 좋은 관계가 시작되고 거기서 우러러 나온 좋은 에너지가 주변 승객으로 전파되게 되어 있습니다.


승객을 맞이하면서 진정 즐거운 일이 생길 거란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때와 장소에 맞는 유머를 구사해 보십시오.

즐거운 비행이 늘 당신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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