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까,
여름이 지나가고
해가 기울면
살갗이 서늘해지는 어느 날,
밖을 내다보며 가만히 앉았어요
저녁을 짓던 어머니가
한참 동안 꿈쩍 하지 않는
내 모습이 문득 이상했는지,
내 기색을 옆에서 보고
"너 왜 우니?" 물었지요
나 자신도 왜 눈물이 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아무 대답을 못했더랬어요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날이었는데
어린 애가 괜히,
훌쩍거림도 없이 아주 조용히
그리고 하염없이 우는 거지요
"재잘거리는 아이는 아니었어도
이러는 아이는 아닌데"
뎅그러니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는 아이를
그냥 놔둘 수 없었던 어머니는 자꾸,
왜 우느냐고 묻다가, 다그치다가
당신 자신도 속이 터지겠다고 했지요
나는 답답하지 않았겠어요, 어디
아무 잘못도 없는 내게
화를 내는 어머니가 서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더랬어요
어머니가 쥐어준 동전으로
만화 몇 권과 떡볶이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모습에
혀를 차던 어머니였지만
"왜 울었어?"라고 다시 묻지 않았고,
"그냥, 눈물이 났어."라고
대답하지 않아서 좋았던,
그 뒤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런 때가 있었어요 역시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