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의 고백을 어떻게 처리할까?

모르면아픈사랑Q

by 어뉘


고백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 아닐뿐더러, 그것이 없어서 사랑이 식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잘 모르는 그의 고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

나. 눈을 찌푸린다

다. 듣지 않은 듯 무시한다
라. 즐거움을 감추지 않는다



긁어 부스럼:


문제가 잘못됐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니! 그대가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고백을 받은 것이 그대가 원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니! 마치, 그대가 그의 고백에 무슨 반응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묻고 있잖은가.

다만, 사람살이가 따진다고 따지는 대로 풀리는 게 아니어서 이런 잘못된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자. (누군가의 고백에 대해 뭔가,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낄 그대를 위한 변명이다.)




문제에도 썼지만, 사랑에는 고백이 쓸데없다. 그가 사랑한다고 하기 이전, 이미 그대는 그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을 터다.

느끼지 못했는데도 고백을 받았다면, 사람을 보는 그의 분별력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살펴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대가 아주 둔한 사람이며, 그대라는 사람이 그가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고백은 그 자신의,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 하는 것으로, 제대로 사랑하는 이라면, 자신의 기대나 바람을 담지 않는다. 그로서는 그 자체만으로 그대에 대한 사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백 없이도 누구든 사랑할 수 있다. 그대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한 그렇다.


그럼에도 고백을 대개 어려워하는 이유는 상대의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터다. 그러나, 사랑은 거부나 수용의 문제가 아니다. 그 거부 역시, 사랑의 일부라고 보지 않아서 생기는 공포다. 그가 그대를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도 끝난다고 보기 쉬운데, 거부로 인해 사랑이 그 자리에서 휘발되는 경우는 없다. 그대의 사랑은 그대로일 터다.


타인의 일상에 자신을 들이미는 것이 고백이다. 고백에 대한 거부는, 주위의 환경이나 상황에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사는 인간 행동의 기본값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마리오 푸조의 『대부』에서처럼, 마피아식으로 그대를 거절하지 못할 조건을 찾고 싶을 테지만, 그러려면, 도대체 왜 고백이 필요한가를 자문해본다.


그를 사랑한다는 건, 말 그대로 그를 사랑하는 거다. 그렇다면, 그의 자유는 왜 아닌가? 답은 명백하다. 그를 소유하고 싶은 거다. 거기에 자존심까지 섞이면, 그를 사랑한다는 그대가, 실은 그대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게 된다.


고백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거부를 그대의 '나'를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의 거부라는 것은, 그대 자신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그대의 사랑에 대한 거부이다. 그대라는 인간이 하는 사랑을 그가 거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공공장소 등에서 그대의 마음이 쓰이는 누군가에게 그대가 앉은자리를 양보하려 할 때, 그가 그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하는 건, 그가 그대를 거부한 건가? 아니다. 그 자리에 앉는 것을 거부한 거다. 그러나 그대와 그 사이에 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자긍심, 그대로부터 친절을 받았다는 고마움은 그대로 남는다. 다시 말해, 그대의 고백으로 어떤 형태이든, 주고받은 마음이 남을 터다.


그가 거부한 것이 분명해도 오히려, 그 순간은 즐겼을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고 확인해주는 것은 즐겁다. 그런 그의 거부에 대해 울그락불그락한다면, 그대의 자존감이 낮은 거다.


나아가, "사랑한다 해보지도 못했어, "라고, 아쉬워하는 이가 드물지 않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고백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말은 그대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들려주는 말이며, 들으면, 순간과 함께 지나가는 말이다. 그대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면, 벌써 그는 그걸 알고 있다. 따라서 그에게 그대를 '사랑할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한 그대의 고백에는 아무 말이든 좋다고 본다.


「보니까, 왼손 새끼손가락 관절 접히는 모양이 귀엽네.」

「다니면서, 지나가는 차는 항상 조심하기.」


이런 말들이 오래간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그는, 그대의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하므로, 그냥 그대의 삶을 스쳐가도록 둔다. 그대가 강요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 앞말의 뒤에는, "사랑하니까, 사소하게 눈에 보이는 게 많네, "가 생략되어 있고, 뒷말에는, "너는 아프지 말아야 해. 나도 아플 테니,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 테다.)


사랑은 쉽게 표현한다. '나'가 하는 것이므로, 내가 그의 사랑스러움을 즐길 정도면 넉넉할 터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사랑을 하게 놔둔다. 그의 사랑이 꼭 그대여야 할 이유라든가, 그래야 할 의무는 없잖은가? 거꾸로, 그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과연 그대가 그를 사랑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겠는가 말이다.



어떤 응대를 하든, 그대가 가장 먼저 입에 담아야 할 말은 그의 관심에 대해, '고맙다'는 말이나 표시이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한 그의 동기가 무엇이든 그가 한 일은 궁극적으로 내게 베푸는 것과 같다고 본다.)

'고맙다'는 것은 대개 호의와 수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지만 훌륭한 거절의 표시일 수 있는데, 어떤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선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

그의 고백과 사랑에 대해 그대가 왈가왈부할 자격이나 권리는 없다.

그대의 잘못 아닌 잘못은 그대가 존재해서 그의 눈에 띄었다는 것뿐이다. 그대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얼굴로 산다면, 벌써 그의 일탈을 읽었을 테고, 그와의 그 우연에 대해 그대가 해서 안 되는 행동은 없다.


이게 가장 그럴듯한 선택지이다. 우리는 해야 할 것도 많지만, 하지 않아도 좋은 것도 많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이어도 좋다. 그대를 구속할 수 있는 건 그대 자신뿐이다. 모든 것이 정답일 수 있다.

따라서 아래의 선택지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를 정답으로 본다.



나.


그대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그의 고백을 받았다는 확인의 표시가 된다. '다'의 무시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대에게 순수하게 몰입한 그가 맞다면, 그는 그대의 표정을 그의 사랑을 확인한 증표로 간주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런 그대의 자유를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고백을 하는 그의 속내에는 그대의 사랑을 달라는 애원도 넣어두는 게 보통이다. 그로서는 심각한 고민 끝의 고백이다. 그러나, 상대의 일상의 삶에 시비를 거는 것과 같다.

그대에게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다.

대체로 고백은 그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토로이다. '너'를 향한 사랑의 표시나 행위라기보다는 '나'를 보여주는 거다. 고백을 이기적으로 보는 이유다.


고백에는 무수히 썼다가 지운 '혼자 쓴 소설'처럼 이뤄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이런 '소설'을 쓰기 쉬운데, 상대의 응대에 따라 그 낮은 자존감으로 관계를 아예 망치기도 하며,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이런 그의 태도가 보일 때, 그대가 무슨 몸짓이든 보이기 이전에 '고맙다'는 말이 그의 자존감을 어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선량한 그대가 그의 고백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고백은 그가 하지만, 그 소유권은 그대에게 있어서 그대의 정서적 울타리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고백이란 것이 그대가 그를 알고 있다는 전제 없이, 스쳐 지나는 아무개에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심한 듯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못 들었나, '싶은 그의 고백을 다시 들어야 할 터다.



라.

고백을 즐겁게 받는 것 나쁠 것도 없다. '쉬운' 상대로 치부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도 있겠는데, 위에 썼듯이, 심각한 고민과 망설임을 극복한 고백이다. 그대는 그에게 전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대는 그의 선_善, 다른 말로 하면, 이상_理想이다.


의 고백을 즐길 수 있다면, 그가 그대를 마음에 담은 만큼 그를 즐긴다. 다만, ''를 즐기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그대를 볼 수도 있다. 구걸하지 않는 방법은 그대 역시 시나브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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