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하는 것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사랑할 때 하는 것



<내가 이렇게 달콤해도 될까?>


사랑하는 게 맞다면

곧 <현재>를

잡아두고 싶은 때가 온다


(도대체 사랑이 뭔가 싶던

내가 사랑에 빠지다니,

함께 죽어도 좋다는 유치함도

사랑에 섞인다 성실한 그대는

주위의 사랑하는 이들이

곧잘 영원이나 약속이란 말을

왜 입에 담는지 알듯하다)


눈을 마주 보며

그의 약속을 받고 싶다

<우리>로 묶어두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약속의 유효기간은

사랑하는 동안이며,

사랑이 식었을 때를

담보하지 않는다


(결혼이 절차와 격식에 더해

약속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랑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 시키는 게 약속이지만

당장 <우리>를 확인했다면,

사랑함으로써 응당 느낄만한

감미료로 쓰이고 난 뒤에

약속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불변의 사랑을 기대하고

열 손가락을 다 걸어도

그것을 다시 입에 담을 때는

사랑이 죽었을 때이다


<그건 사랑할 때의 이야기잖아!?>


사랑했던 건 맞다는 자백이지만

그때로 돌아갈 여지도 없다는 거다

귓속에 담아 둘 말은 아닐 터다


그래서 문득, 그가 서먹해진 것을

도저히 견딜 수없어

맹세나 약속을 두고

그를 힐난하려 할 때는

그대의 가슴 어딘가에

사랑이라고 알 던 것들을

팽개쳐둘 빈터를

마련한 뒤가 적당하다


무시로 아픈 건

그대 자신의 몫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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