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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Jul 13. 2017

아픔은 사랑받은 증거로 쓴다

사랑엔 중고가 없다


아픔은 사랑받은 증거로 쓴다



사랑이 아플 때는

늘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살펴본다

사랑하는 이가

사랑의 주인이 아니다

사랑은 그대 안에 생긴

그의 것이다

(그대가, 흔히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아픔에 익숙해진다'는

수사적 표현에서 벗어나면

산 자의 삶에

익숙해질 수 있는

아픔은 없다

알다시피 아픔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의

자기 방어기제이다

그대의 손가락이 함부로

칼날에 잘리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아픔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아닌 것을

붙잡고 있을 때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알려주는 것도 아픔이다

아픔은 그대가

사랑받은 증거로 쓴다

익숙해질 수 있는

아픔이 없는 한,

얼마나 오래

견디느냐의 문제일 뿐

버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대의 안녕을 위해

아픔을 느끼자마자

서두르기를 권고하는데,

그대가 아픔을 버려서

손해 될 일이라고는 

지난 사랑을 남의 일인 듯

말할 여유를

갖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즐긴다

붙잡고 있을 게 아니다

즐길 수 없다면

버리는 게 누구에게나 좋다

착각 없이, 온전히

그대의 것인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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