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하는, 아주 그럴듯한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사랑이 하는, 아주 그럴듯한



앞의 꼭지,

<사랑하기에 보낸다는 것>에서

생각 머리를 이어가자

생각이 함부로 굴러갔다



시도 때도 없이 수많은

사랑을 말해 온 우리에게

이상적 사랑은 결국,

너도 나도 아닌

<우리>가 하는 것으로,

그 사랑 안에

아무런 상처 없이

원래 있던 자리로 서로를

되돌려놓는 별리(別離)도

넣어둔다는 정도가 아닐까


문득 사랑은 과정이

전부 아닌가 싶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대가 자신의 에고를

사랑으로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를 사랑하고,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 때까지

그를 사랑할 뿐일 터다


나아가, 그를 사랑한다면

그가 제 삶을 살도록

놓아두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사랑의 모습이다


당장 그대 앞에 있는 그가

<어떻게 그대를 즐기게 할까,>

그것을 고민하는 것이

그대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아닐까 싶은 거다


<그럼,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 깨나 한다는 이들이

아직도 찾고 있는데,

누가 사랑에

밀어 넣은 것도 아니고

자신이 빠져놓고

<우리>는 어쩌느냐

답을 찾는 것이

자가당착 아니냐고

사랑이 짜증을 낼 듯하다




혹시, 여기서 결혼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명랑한 하늘도 도저히 못 배기는

인디언 기우제로 얻은 빗물에도

새삼스럽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대가 아니라면,

사랑하기에 하는 결혼은

맹랑한 결정이라고 본다


언젠가 썼듯이

사랑 없이도 결혼이

가능한 것으로 보면,

사랑하기에 하는 결혼은

낭만적 투기이다


사랑엔 불가항력이라는

핑계라도 있을 수 있지만

결혼엔 그게 없다

그렇다면,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할 때

(맞다, 그대의 의지가 담길 때)

비로소 결혼이 조금 더

영리한 선택일 수 있겠다




여하튼, 사랑이 가진 게

무목적적 과정뿐이라면,

사랑이 즐겁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멈춘다

사랑한 그대가 다치는 것은

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무시로 앓으면서

사랑이라고 우기면,

오래지 않아

삶이 그대를 비웃는다


<꼭, 그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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