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그대를 사랑하는 그는
그대의 사랑스러움을 지켜주고 싶다는
갸륵한 낭만을 감추지 않으며,
그대를 가둬둘 수 없기에
그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는데, 그래서
그대의 사랑스러움을
제대로 보는 것이므로
그의 사랑에 구속되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정물(靜物)이 생물(生物)을
이기는 때는 없으므로
"아, 그거 지난겨울,
눈길 위에서 주웠어."
기껏해야 소통 없는 감정,
죽은 그림 보기에
그대가 예쁜가,
정물에게는 할 수 없는
그의 자문에
살아있다고 자답할 수 있도록
그대는 항상
자유인이어야 하는데,
그의 사랑이 대개
그대에게서 예쁨을 보고
그대에게서 예쁨을 찾아내며
그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구속으로 느끼지 않게 되는
그 자신의 마음을
즐기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단어 '그'나 '예쁨'을 읽는 순간 하나의 성-남성, 여성, 남성성 혹은 여성성-으로 구분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그대는 사랑해 본 적이 없다. 그는 그대의 친구, 동조자, 동반자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어야 하며, 마침내 그대의 남자 또는 여자도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랑은 예쁨뿐 아니라 무엇이든 그 대상을 성으로 구분하지 않게 될 때 가장 달고 흐뭇하다.
*남성이나 여성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대개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것보다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대 역시 그에게 사람으로 사랑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며, 삶에는 대체로 여성이나 남성으로 살기보다 사람으로 사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그가 가진 성도 사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를 그대의 외로움이나 허전함의 밥상으로 여겨서는 결국, 먹고 체하거나 속을 앓기 쉽다. 그 역시, 그대가 갈구하는 것을 채워주기보다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그대라는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을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