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장식
대개, 있는 줄 모르다가
줄을 벗어나면 금방 티가 나는
'나'를 사는데, 그런 삶을
우리는 일상이라고 합니다
모순으로 들리겠지만, 일상은
사랑할 때라고 해야겠지요
그때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 있는 걸 테니까요
삶이 품는 정서 가운데,
사랑보다 더 힘센 관계를
정(情)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가끔은 애착인데, 거기엔
정열보다 일상이 더 많습니다
일상을, 정에 맡기고
상대를 사랑하기보다
쓸데없이 자신을 더 사랑하거나,
그로 인한 울화로
메마르게 사는 이도 있습니다
하루를 사랑한다 해도
절실히 사랑해야 하는 건
삶이 우리의 정열을 가져간 뒤
그 사랑이 그렸던
아련한 마음의 지도일지라도
언젠가 고즈넉해진 일상의
장식으로 쓰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 사람, 사랑스러웠지"
'사랑 없는 삶도 삶 아닌가,
내 삶인데 누가 뭐라겠나, '
당장 볼멘소리를 한다 해도,
마침내 한 번뿐인 삶에 훗날
그대가 느낄, 사람 정(庭) 없는
가슴의 삭막함은
인간의 사랑스러움을
고스란히 즐기지 못한 삶이
그대에게 주는 핀잔일 수 있습니다
"그저, 숨만 쉬다 가?"
그런 의미에서, 내게
당신이 사랑스러운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