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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Jan 12. 2024

맛, 1

생각편의점

맛, 1



시선의 문제입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생긴 사람입니다

잘 생긴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게 되는 그가

나의 이상형이지요


사랑이, 누구를 사랑하든

천부의 관능에서 비롯되어

사랑을 비난하는 이가

오히려 비난받게 될 때,

좋아한다는 것은 취향이어서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하는

어리석음 때문이겠지만,

자신뿐 아니라 그 대상과의

감정이 문제가 되는 사랑과 달리,

취향은 바뀌어도 언제든  

'개인의 취향'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게 밑밥을 깔고 

맛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캐러비안의 해적' 같은

맹랑한 이야기에는 

별 재미를 못 느낍니다

오만과 편견(2005년)을 보고

그를 알게 되었는데

블랙 펄의 저주(2003년)'에 

출연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 말입니다


그러다 그 영화를 본 것은

어쩌다 대박을 치고 있는

그 영화의 감독이

시리즈로 제작 중인 작품에

더 이상은 나이틀리와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그 시점이 그가 가슴에 

시술 칼을 댔다는 소문이

뜨고 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슴이 어떻기에?"


덕분에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왜 좋으냐?'라고 물으면

취향을 드러내야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있다고

비난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존재하는 줄 몰랐다면

그를 좋아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를 몰랐습니다 


가슴의 크기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는,

터놓고 얘기해서 

'가슴이 작아서'

나이틀리를 '오만과 편견'을

보고 난 후, 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겁니다


요즘 동양 여성도

자신을 성적 객체로 만드는 데에 

진심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성을 도구로 써온 

서구 여성 가운데 섞여있지만

가슴이 우선 보이는 게 아니라

얼굴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니까, 

그를 좋아하게 됩니다


할리우드의 비평가들은,

그가 왜 현대물의 영화에 거의

캐스팅되지 않는가 하는 질문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몇 편의 현대물을 제외하고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려 한 

역사 속에 있는 여성들입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서 사랑한다가 아니고 

좋아한다는 것인데,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게 둔다'는 그에게서

제대로 된 페미니스트를 봅니다


작년에 사망한 패션 사진작가,

Patrick Demarchelier가

2014년 6월에 촬영한 흑백의

나이틀리의 이미지**

내 눈에 꽤 아름답습니다


그는 촬영된 자신의 사진에

보정, 수정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고

기획자 등에게서 수락을 받아낸 뒤

Patrick Demarchelier에게

자신의 노출 이미지를 

촬영하게 했다고 합니다


'캐러비안의 해적'을 만든 감독이,

더 이상 그가 만드는 영화에

그를 캐스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뒤,

귀가 얇은 감독에게 보란 듯 

가슴을 드러낸 이미지도 포함된 것인데,

감독의 맹랑함에 대한

비아냥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러 이미지를 촬영했겠지만

당시 잡지 'Interview'에 

발표된 이미지를 보면,

근육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열세 살 소년이 등목을 하기 위해

웃통을 벗고 찍은 듯한 

키이라의 모습입니다

그 이미지들은 잠깐 공개된 뒤

현재는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의 이미지가 

검색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카메라 기교를 섞지 않은, 거의

완벽한 정면을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한 것이어서

약간의 음영 덕분에 

가슴에 융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합니다만

제게는 키이라를 

제대로 보여준 모습니다

(옷을 걸친,

헐벗지 않은 모습이 

좀 더 아름답긴 합니다)


'캐러비안 해적'의 감독이

키이라에 대해 갖고 있던

배우로서 혹은 여성으로서의

'자연'이 준 가슴이 보이고, 

키이라의 결벽성과

그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영화 '해적'에의 계속적 출연에

개의치 않겠다는

키이라의 결기도 보입니다 


이 소동 덕분에 그를 구글링 했고

그의 십 대 후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Pure"를 알았습니다만,

사람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를 열심히 검색할 깜냥은 아니고

널리 알려진 것 이외에는 모르지만

그는 현재 결혼했고, 두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고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상식을 존중하는 페미니스트라는 건

그를 아는 사람이 모두 인정한다지요



페미니즘은 

같이 못 살겠다가 아니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된 운동입니다

입으로 떠드는 페미니스트 말고, 

정말, '찐' 페미니스트가 하는 

삶에 대한 사랑으로 말입니다





** https://birdinflight.com/en/news/faces/patrick-demarchelier-shot-keira-knightley-inter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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