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의점
시선의 문제입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생긴 사람입니다
잘 생긴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게 되는 그가
나의 이상형이지요
사랑이, 누구를 사랑하든
천부의 관능에서 비롯되어
사랑을 비난하는 이가
오히려 비난받게 될 때,
좋아한다는 것은 취향이어서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하는
어리석음 때문이겠지만,
자신뿐 아니라 그 대상과의
감정이 문제가 되는 사랑과 달리,
취향은 바뀌어도 언제든
'개인의 취향'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게 밑밥을 깔고
맛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캐러비안의 해적' 같은
맹랑한 이야기에는
별 재미를 못 느낍니다
오만과 편견(2005년)을 보고
그를 알게 되었는데
블랙 펄의 저주(2003년)'에
출연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 말입니다
그러다 그 영화를 본 것은
어쩌다 대박을 치고 있는
그 영화의 감독이
시리즈로 제작 중인 작품에
더 이상은 나이틀리와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그 시점이 그가 가슴에
시술 칼을 댔다는 소문이
뜨고 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슴이 어떻기에?"
덕분에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왜 좋으냐?'라고 물으면
취향을 드러내야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있다고
비난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존재하는 줄 몰랐다면
그를 좋아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를 몰랐습니다
가슴의 크기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는,
터놓고 얘기해서
'가슴이 작아서'
나이틀리를 '오만과 편견'을
보고 난 후, 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겁니다
요즘 동양 여성도
자신을 성적 객체로 만드는 데에
진심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성을 도구로 써온
서구 여성 가운데 섞여있지만
가슴이 우선 보이는 게 아니라
얼굴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니까,
그를 좋아하게 됩니다
할리우드의 비평가들은,
그가 왜 현대물의 영화에 거의
캐스팅되지 않는가 하는 질문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몇 편의 현대물을 제외하고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려 한
역사 속에 있는 여성들입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서 사랑한다가 아니고
좋아한다는 것인데,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게 둔다'는 그에게서
제대로 된 페미니스트를 봅니다
작년에 사망한 패션 사진작가,
Patrick Demarchelier가
2014년 6월에 촬영한 흑백의
나이틀리의 이미지**는
내 눈에 꽤 아름답습니다
그는 촬영된 자신의 사진에
보정, 수정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고
기획자 등에게서 수락을 받아낸 뒤
Patrick Demarchelier에게
자신의 노출 이미지를
촬영하게 했다고 합니다
'캐러비안의 해적'을 만든 감독이,
더 이상 그가 만드는 영화에
그를 캐스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뒤,
귀가 얇은 감독에게 보란 듯
가슴을 드러낸 이미지도 포함된 것인데,
감독의 맹랑함에 대한
비아냥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러 이미지를 촬영했겠지만
당시 잡지 'Interview'에
발표된 이미지를 보면,
근육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열세 살 소년이 등목을 하기 위해
웃통을 벗고 찍은 듯한
키이라의 모습입니다
그 이미지들은 잠깐 공개된 뒤
현재는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의 이미지가
검색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카메라 기교를 섞지 않은, 거의
완벽한 정면을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한 것이어서
약간의 음영 덕분에
가슴에 융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합니다만
제게는 키이라를
제대로 보여준 모습니다
(옷을 걸친,
헐벗지 않은 모습이
좀 더 아름답긴 합니다)
'캐러비안 해적'의 감독이
키이라에 대해 갖고 있던
배우로서 혹은 여성으로서의
'자연'이 준 가슴이 보이고,
키이라의 결벽성과
그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영화 '해적'에의 계속적 출연에
개의치 않겠다는
키이라의 결기도 보입니다
이 소동 덕분에 그를 구글링 했고
그의 십 대 후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Pure"를 알았습니다만,
사람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를 열심히 검색할 깜냥은 아니고
널리 알려진 것 이외에는 모르지만
그는 현재 결혼했고, 두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고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상식을 존중하는 페미니스트라는 건
그를 아는 사람이 모두 인정한다지요
페미니즘은
같이 못 살겠다가 아니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된 운동입니다
입으로 떠드는 페미니스트 말고,
정말, '찐' 페미니스트가 하는
삶에 대한 사랑으로 말입니다
** https://birdinflight.com/en/news/faces/patrick-demarchelier-shot-keira-knightley-inter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