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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Apr 21. 2023

색깔

생각편의점

색깔




주어진 틀에 맞추도록 

삶은 사회 구조에 의해

기획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인가를 이루려고

기를 쓰며 사는 것은

이미 기획된, 그 삶을

거부하는 것과 같고,


삶이 힘들다는 것은,

조우하는 모든 것에

선험적으로 주어진

의미를 넘어, 

'내'가 받아들인 

의미에 스스로 갇혀

그에 부합하도록

자신을 윽박지르며

산다는 말일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살기에 

삶이 괴로울 겁니다




불이 켜져야

색깔이 피어납니다

때로 그 순간이

환희가 되고

'내'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림으로 

각인되기도 합니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의미는, 우선

주어진 것이고, 다시

그대만의 눈이 부여한

의미로 존재할 겁니다

그것을 개성이라고도 합니다만,

내가 거기에 빛을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당신의 삶을

창조적이랄 수 있을 겁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 탓이며,

바람이 가는 길을

나뭇잎이 막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그

뿌리가 뽑힐 때도

있는데, 그때쯤

아마, 가장 똑똑하게

진화를 이룬

갈대라는 것을 

부러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바람이든 나무뿌리이든

그 의미를 주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항상, 그게 중요합니다

나를 잃지 않는 것 말입니다




허구는 진실과 함께 합니다

참이 있으려면

거짓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내게

그의 참을 강요하고,

그게 참이 맞다고 해도

오롯한 내 의미에 따라

그것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우리 삶에 위로가 됩니다

(그럴 수 없을 때가

흔하기는 합니다만)

참과 거짓을 내 안에 가두고

내 생각으로 진위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미 부여 습관을 가진

자아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세상을 멀쩡히 살려면

일반적인 합리화에 더해

자기 합리화를 하는 

재주가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선천적으로

그 재능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우리가 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것을 봐도 그건

틀림없는 사실일 겁니다


합리화를 잘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에게 굳이 

나를 해명할 필요도 없지만,

그 말을 하는 그 역시 자기 합리화에 

너무 능숙해서 그만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탓이라고,

그게 그가 미치지 않고

살아온 방식이라고 마구

무시해도 좋을 겁니다




돌이켜보니, 처음 보는데

당신의 색깔이 보이길래

사랑할 수 있겠다 했지요

당신이 색깔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참, 다행이었습니다

우리는 색깔 없는 인간을

사랑하는 데는 서투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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