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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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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뉘
Sep 6. 2024
낙천, 굳이?
일상으로 받아들일 뿐, 대개는
인식하지는 못하는
3대 욕구의 하나인 잠이
삶의 기본인 낙천을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잠을 흔쾌히 청하는 것은
그게 죽음과 동의어가 아닌 걸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우리의 행동이
삶을 예정하는 것으로,
그들은 또 다른 날이 올 거라는
낙관과 함께합니다
('거의'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식욕과 성욕일 겁니다
잠이
, 뭔가 미래를 위해서
오늘 이 시간을 희생하는 것
일 때
먹는 것과 배설은, 미래가 어떻든,
당장의
배고픔과 성의 해소가
주된 동기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장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에
회의적이며, 먹기 위해
산다는 것에 손을 들어줍니다
성욕 역시, 당장의 나를
즐기기 위한 욕구일 뿐,
미래의 나의 분신을 위한
거룩한 욕구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삶을 이어가는
과정인 건 분명합니다만)
깨어나면 내일이 분명하기에
우리는 오늘 잠을 잡니다
걷는 것, 말하는 것, 먹는 것 등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욕구는
그것들이 멈추는 순간에도
삶이 계속되리라는
낙관 없이는
하지 않을 행동들입니다
우리는 어제, 그 가게에서
마셨던 커피가 맛있었다면,
오늘도 어제와 같이
맛있으라라는 낙관과 함께
그 집을 다시 찾습니다
삶이, 이미 낙천인 겁니다
당신이 자신을
비관적이라 보고 있다면
삶을
다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관적인 인간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지 않습니다
이미 죽어야 했을 테니까요
수많은 현실이 비극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비관은 있을 수 없습니다
유발 하라리를 모르고,
흔히 자신을 인식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낙천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쇼펜하우어가
일흔두 살로 죽을 때까지
그가 썼던 모든 침상은
새 아침이면 여지없이
자신이 눈을 뜨리라는 낙관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없었을 겁니다
내일이 더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
죽으려고
잠자리를 찾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잠을 잊지 않는 건
계속 살겠다는 능동적인
의지의 표현인 게지요
잠을 잘 수 있는 나를,
자다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그런
낙천을 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는 요즘이 되어서
하지만
솔직히, 요즘
이 지저분한 시절 덕분에
잠이 나 자신에 대한
의무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게
오롯이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모든 불행이 오로지
내 탓만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배우는 걸 좋아한다 해도
신나지 않는 건
팍팍해지는 삶의,
그걸 배워야 하나
싶은,
비관 때문입니다
낙천은 본태적인 것으로
임의적인 낙관과는 다릅니다
삶은, 아니 살아 있다는
우리 자신의 낙천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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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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