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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상담

생각편의점

by 어뉘

우울 상담




사실, 좀 모자란 사람

몇몇이 저지른 짓 덕분에

글이든 무엇이든

모든 게 무슨 쓸모냐 싶은 생각이

내적으로는 압도적입니다


새벽 세시쯤이면

괜히 잠에서 깨는 것이

나뿐만은 아닌 건지,

내란 불면증이란 말을

요즘 자주 듣습니다


(덕분에 자살하려던 이들이

자신의 '나'에서

깨어나 자살의 소용을

혹시 따지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자살이 줄지 않을까

싶은 것도 있습니다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심리적 방어기제 덕분일 겁니다


객관이란 내가 우울하다,

내가 무력하다, 내가 별 것 없다,

그런 내 삶이 재미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납득하는 것일 겁니다

그 객관을 놓치면 우울에 빠지는데,

곧 거기에 중독되어 버립니다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우울, 불안, 외로움, 스트레스,

상담을 받으라는 광고는, 그래서

우울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울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광고를 하고 있으니까요


우울하다는 건 세상과 자신을

주관만으로 본다는 것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우울할 수가 없을 겁니다

객관은 결심이 아니라

판단의 자료와 근거가 될 테니까요


잘 들여다보면, 그래서

우리는 주관을 감춘 채

객관 의지와 함께

매일 집 밖으로 나옵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헛소리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고

인정받던 이들이 말입니다


말이 오염된 데다

영양가도 거의 없는 말을 하는 그들은

흔히 아는 정서적 우울은 아닌듯하고,

사회적 우울증을 앓는 게 맞을 겁니다


정서적 우울증을 앓는 이는

자신을 해하기 전에

밖으로 내보내야 하고,

사회적 우울증을 앓는 이는

사회의 악이 되기 전에

안에 가둬야 할 겁니다


원래 '나'는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너'를 보고

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관점이 가장 객관에 걸맞습니다

온전한 객관은 불가능하니까요


일상에서 객관이 어렵다면,

역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삶을 조질 한심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요

객관은 아니더라도

긍정의 힘을 가르치는 게 사랑일 테니까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그 말에 스트레스를 받을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애잔함, 가여음을 감출 건 없다 싶은 겁니다





유쾌한 연휴, 명절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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