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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겐 오늘도 세월

생각편의점

by 어뉘

타인에겐 오늘도 세월




'나를 좋아하는 사람, '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 두 사람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확장할 수도 있겠지만

각각의 의미는 확실한 듯합니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너무 늙은 것일 수 있습니다

반면, 젊음은 반드시

후자를 선택하게 할 겁니다

(시간을 암울하게 덮고 있는

요즘의 시위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젊음입니다)


무엇인가를 버리고,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젊습니다

선택하는 행위,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을 버리는 것만큼

젊음을 드러내는 건 또 없습니다


"늙었다"고 말하는 것이,

늙지 않았다는 걸 주장하는 것처럼,

들여다보면, 우리는

젊음을 살고 젊어서 죽습니다

늙어서 죽지 않습니다


젊음과 늙음을 나누는 건

시간이나 세월이 아니라

젊음 자체라는 게 보입니다


'나'를 가진 몸으로 인해

일종의 포기나 체념을

배우는 게 삶인데,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 피고, 지는

한 때의 목련이기를 거부합니다


늙음은 친구의 얼굴에나,

스치는 타인과 함께 합니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지는 않아도,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세월에 의해서만

늙어가기를 바랍니다


'늘' 늙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안다면,

당신이 젊지 않고서는,

늙지 못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겁니다


또한 늙지 않는다면, 그걸 안 때부터

삶의 즐거움이 줄어들 겁니다

우리가 한계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거기 안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 제한을 자력으로 넘으려는

성취감으로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아쉽고, 사랑이 아쉽고,

삶이 아쉽고, 현재가 아쉽고,

세월이 아쉬운 건

미련 때문만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동안 머무는,

이 세상의 떠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한계가 없다면,

별 의미가 있는 현재는

드물어질 텐데, 그건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말하자면,

내가 당신을 눈을 마주 보며

사랑스러움을 즐기는 매 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내가 젊음에 반하는 것은

그의 자신감, 매정함, 무심함

또는 무관심, 그리고 거만함입니


그것을 갖췄다면 당신은 젊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반하는 이유일 겁니다


물론 그것들을 가진 젊음은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필히 그 기세가 꺾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당신이 매력적일 겁니다


그리고 그 언젠가, 어디선가를

미리 두려워해서 젊음을 앗긴 듯

누구에게든, 또는 자신에게 미리

고개를 숙이는 건 비겁합니다

나아가, 늙음을 읽을 줄 알면,

장담하건대, 당신이

젊음을 살아갈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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