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필독서 <스틱!>의 6가지 비법이 담긴 기우네 가족의 딱붙 메시지
마케팅 추천 도서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히스 형제의 <스틱!>. 이 책에는 뇌리에 착 달라붙을 수 있는 메시지 만드는 법칙 6가지가 담겨 있다.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읽기에 까다롭지도 않을뿐더러, 책에서 언급된 각 법칙의 앞글자를 따 SUCCESs 라는 명칭을 제시하며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는 친절한 책이다.
책을 덮고 나니 <스틱!>에 언급된 법칙으로 포장된 수많은 광고 카피가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여러 훌륭한 카피를 쉽사리 제친 이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생충> 속 기우네 가족이었다.
한때 운영했던 카스테라 가게의 마케팅을 위해 온 가족이 <스틱!>을 여러 번 읽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우네 가족이 내뱉는 말에는 책에 나온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온 가족이 신의 직장에 단번에 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성 (Emotion) - “24번 답 확실해? 실전은 기세야, 기세!”
친구 민혁(박서준)의 소개로 일단 박사장네 들어가는 것까진 쉽게 성공한 기우(최우식). 하지만 연교(조여정)는 과외하는 모습을 직접 봐야겠다며 실력을 의심한다. 이것이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우는 당당히 과외를 시연한다.
"만약 지금 실전 수능이고 이게 첫 문제였으면 넌 시작부터 엉킨 거야. 이것 봐 맥박도 완전 엉켰잖아. 심장이 거짓말을 못 해. 시험이라는 건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거야. 실전은 기세야!"
시험지를 앞뒤로 넘기는 다혜의 손을 잡으며 사수생의 위엄을 뽐내는 기우는 감성이 담긴 메시지로 단박에 연교와 다혜의 마음을 움직인다.
신뢰성 (Credibility) -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제가 사람 하나가 휙 하고 떠올랐는데..”
과외를 마치고 대문을 나서다가 멈춘 기우는 사촌의 후배 중에 일리노이에서 응용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있노라며 제시카(박소정)를 언급한다.
일리노이 대학교 응용 미술학과?! 잘은 모르지만 왠지 어딘가 있어 보이고 신뢰가 간다. 결국 실제로는 없는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그 명칭에 속아 연교는 당장에 제시카를 만난다. 심지어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학위 증명서를 위조하는 노력 따위도 필요 없다. 그저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낯선 학력을 외우는 작은 노력만이 필요할 뿐!
구체성 (Concreteness) - “다송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1학년 때?”
첫 수업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온 제시카/기정(박소담)은 “다송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1학년때?”라는 구체적인 질문 하나만으로 연교의 입을 틀어막고 눈물까지 흘리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송이가 그린 그림 오른쪽 하단에 대한 이야기를 '스키조프레니아 존'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기정의 말에 연교는 그림에 늘 같은 형태가 있었다며 오열한다.
구체적인 설명에 마음이 홀린 연교는 주 4회 수업, 그리고 상당히 높은 급여가 필요하다는 기정의 과한 요구에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라며 꼭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때 만들어진 '믿음의 벨트'는 자연스럽게 아버지 기택(송강호)의 취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스토리 (Story) - “핸들밥 30년 가까이 먹다 보니 저절로 그리되었지요”
"38선 밑으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사실 이 직업이 단순하다면 단순합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 한 회사의 총수 또는 그냥 뭐 고독한 한 남자와 매일 아침 이 길을 떠난다, 이건 일종의 동행이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해왔습니다"
일에 지친 박사장(이선균)에게 자신의 삶과 투철한 직업의식을 어필하는 기택. 핸들밥 30년으로 수많은 사장님의 길을 책임져왔다는 기택의 생생한 이야기는 머그잔에 담긴 커피의 미동조차 허용하지 않는 부드러운 코너링과 함께 박사장의 마음을 훔친다.
의외성 (Unexpectedness) - “한국 현재 결핵 발생률 1위랍니다. OECD 국가 중에”
자 이제 기우네 가족 중에 마지막 남은 사람은 충숙(장혜진)뿐. 과연 박사장네보다 그 집에 더 오래 산 문광(이정은)을 어떻게 내쫓았을까?
본인이 병원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문광이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기택에게 “아니 요즘도 결핵 환자가 있어요?”라며 쉽게 믿지 않는 연교.
기택은 이에 질세라 검색 한 번 해보라며, 한국이 현재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라고 주장한다. 어린아이 있는 집에 결핵 환자가 기침하고 침 튀기면 어떡하느냐며 되려 연교를 걱정하는데, 마침 집에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 기침하는 문광의 모습과 이후 기택이 들어 올린 핫소스 묻은 티슈를 본 연교는 쓰러지고야 만다.
아직까지 한국에 결핵 환자가 있었다니. 게다가 그 환자가 하필이면 우리 집에 살고 있었다니! 의외성에 기반한 이 강력한 메시지 한방으로 충숙은 집안의 마지막 취업자가 된다.
단순성 (Simpicity) -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단순하게 행동했다면 기우네 가족은 영원히 박사장네 기생했을지도 모른다. 취업이라는 명확한 목표는 쉽게 이루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계획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기택은 자꾸만 계획에 없던 계획을 거듭하더니, 오히려 근세(박명훈)에게 “당신 계획도 없지?”라고 묻다가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스틱!>에도 단순성이 첫 번째 원칙이었거늘... 그것을 잊고 자꾸만 복잡해지는 기우네 가족의 끈끈한 욕망은 비가 오던 그 날 밤, 축축해진 습기를 머금은 채 접착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아! 어쩌면 거짓으로 점철된 끈적임이라서 애초에 그 접착력은 딱 거기까지 였을는지도 모르는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