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해 May 20. 2020

아이폰을 왜 사냐건 웃지요

<나는 왜 이 이 일을 하는가?>를 읽고


누구에게나 그런 친구 한둘쯤은 있다. “나 이번에 백팩 사려는데 추천 좀 해줘”, “이번 여름 휴가 때 여행 가려는데 어디가 좋을까?” 라는 질문에 명확한 이유까지 말하며 거침없이 대답해주는 친구! 물론 처음 한 두 번은 “왜 그 브랜드인데? 왜 그 여행지인데?” 재차 물을 수는 있겠으나 이후에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어진다. 물음을 거듭할수록 믿음은 굳건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직접 해야 했을 “왜?”라는 물음이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분야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시간 고민했을 테고, 그 고민의 결과로써 나온 추천이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왜?”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그들의 제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재미있는 건 이런 친구들의 관심사는 보통 한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가지를 뻗으며 확장하는데, 어차피 고민을 많이 한 결과라는 믿음이 있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질문도 당연하게 묻는다.


다만 이들은 개인이기에 애써 다른 이에게 말하고 다니진 않고 물었을 때만 대답한다. (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친구들은 블로거나 유튜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반면 먼저 말을 건네며 팔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기업 혹은 브랜드다. 이 책에 나온 여러 사례처럼 이 중에는 ‘무엇을’ 파는지 이야기하는 브랜드도 있고 ‘어떻게’를 홍보하는 브랜드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사랑받는 브랜드는 “왜”를 이야기하는 기업이다.


아이폰인데 다 이유가 있겠지...


내가 핸드폰을 바꾸는 이유는 어느 모델이 대단한 제품이어서가 아니다. 일정 주기에 맞게 핸드폰을 다 사용했다고 판단했을 즈음 마침 애플에서 출시한 그 모델을 구매할 뿐이다. 정작 그 제품의 정확한 사양도 모르면서 거금을 쓰면서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산다. 물론 깐깐한 소비자는 제품사양을 따지며 사는 경우도 있겠으나 적어도 내 주변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지인 중 용량 외에 그 모델의 사양을 아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왜 샀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웃으면서 “아이폰이니까”라고 답한다. 애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쉬워 보이지만 “왜?”라는 질문은 여간 귀찮고 어려운 질문이다. 어린 조카와 놀아봤다면 공감하겠지만 호기심 왕성한 조카의 질문은 끝이 없다. 예컨대 “사람은 왜 배고파?” 라는 질문은 왜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두려운 질문이다. 생물학은 커녕 영양학에 대한 지식도 없고 이런 질문에 크게 고민 안 해본 나로서는 조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이 질문을 끝낼 수 있다. 조카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찝찝함과 함께..


삼촌은 그것도 모른단 말이야?!


결국 '왜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은 고민을 오랫동안 거듭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징표인 셈이다. 그렇기에 ‘왜’를 이야기 하는 브랜드는 본질을 굳건히 하며 소비자에게 단단한 믿음을 주면서, 그렇게 팔리는 브랜드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