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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Feb 12. 2022

금요일은 밤이 좋아

뭣 좀 ~척 하기

  2월 7일 월요일부터 22년도 새해의 식사가 시작되었고 오늘은 금요일이다.

그러니까 한 주를 무사히 잘 마치고 찾아든 즐거운 날이다.


  하숙 겸 매식 집을 시작하고 몇 해 동안의 금요일 밤은 괴로운 시간이었다. 밑천 딸리는 솜씨로 음식의 가짓수를 늘려가며 다음 주 식단표를 작성하고 예약한 인원에 맞춰 식재료 양을 정한 후 시장 볼 목록을 꼼꼼하게 적느라 한 손엔 볼펜을 쥐고 한 손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었다.


  평소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메뉴를 정하는 일에는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지만 고작 계절에 따라 한 두 가지 바뀌고 결국 지난달의 식단표를 커닝하는 뻔한 작업이라는 자각을 할 때까지 미련스럽게 두 손으로 괴로움 움켜쥐고 금요일 밤을 보내다 비교적 자유로워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그 후 언제부턴가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다.

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하고 가끔은 끄적끄적 글을 쓰기도 한다. 오늘은 반신욕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알코올은 약한 편이라 355ml 한 캔이면 충분하고 분위기를 아는 척 안주발 세우지 않으려 과자 두 개를 준비했다.


 과자 두 개, 안주를 준비해 놓고는 내 허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예쁜 척, 하는 척! 나는 이 ~척이 좋다. 그 정도의 허영심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일 땐 문학을 하는 척!

남은 음식을 이웃과 나눈 후엔 마음이 이쁜 척!

장성한 세 아들을 보면서 잘 낳아 놓은 척!

젊은 학생들 앞에서 삶의 경험이 있는 척!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 좀 아는 척!

오늘 나의 척들이 리듬을 따라  허영심을 노래한다.

별 게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혼자서 피식거리며 즐거워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겨우 과자 두 개만큼의 척이 마음의 허영을 허락해 주는 금요일 밤, 잠을 낭비하고 시간을 사치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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