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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r 28. 2020

내가 번돈이 내돈이 아니라고

 내가 쓴 돈만 내돈

단화의 볼이 헤졌다. 걸음걸이가 험해서 그곳이 빨리 헤진다. 신발을 사러 가야 하는데 중저가 단화를 팔던 가게가 페업했다.  다른곳에서 사려니 비싸다. 당장 급한것도 아니고 발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그냥 지낸다. 보다 못한 지인이 내게 말한다. 너 자신을 위해서 돈을 써라 나이들면 억울해 하더라.  


그러면서 어느 여사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사님은 중산층의 평범한 할머니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을 하여 연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자식들은 잘 컸다. 아니 잘 키웠다. 큰아들은 선생님, 작은 아들은 의사다.


그렇게 키우느라 좋은 옷 안 입고, 좋은 음식 안 먹고, 좋은 곳 안 가고, 사치 없이 살았다.

자녀들 학생 시절 타오는 상장들로 기쁨을 삼았다. 이웃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교사 큰아들은 교사 며느리를 얻게 해 줬고, 의사 작은아들은 악기를 전공한 며느리를 얻게 해 주었다. 자랑스러웠고 어디다 내놓고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아들들도 며느리도 꼴 보기 싫으시단다.


시작은 큰며느리가 작은 며느리의 가방이 얼마짜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시작되었다.


저건 몇백만 원짜리, 지난번 것은 더 비싼 거, 어머님 생신 모임에 들고 왔던 것은 또 얼마였는데 두 개를 합쳐도 그것을 못 산다는.


자신의 월급으로 저런 거 하나 사기 힘들다고 하면서 은근 제 신랑이 무능력하다는 듯한 말들을 흘려 놓고갔다.


처음 들을 때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하나 사주어야 하는가 생각도 했었는데 여러 번 듣다 보니 만족하지 못하는 큰며느리가 밉고,  명품가방 눈치없이 들고 다니는 작은 며느리가 밉더니,  못나 보이게 사는 큰아들도 밉고, 지에미 가방이나 옷이 어떠한지 관심도 없는 둘째 아들은 더 미워졌다는 것이다. 더 미워진 둘째 아들을 말할땐 힘이 더 들어갔다.


여사님의 친구들이 말했단다.

"그러니까 젊었을 때 좋은 옷도 사 입고 맘에 드는 가방도 사고 여행도 다니라고 했잖아, 어차피 지난 이야기지만 그때 당신도 해보고 살았더라면 덜 억울했을 것 아니냐. 아들은 당신이 키우고 돈은 며느리가 쓰고 "


친구분들 진심으로 걱정한거 아니고 속으로는 고소해 하며 말했을 것이다. 여사님 그날 저녁 앓아 누우셨겠다 고 우리끼리 헛웃음 하며 말했다.


지인이 내게 말한다.

"알았지, 네가 쓴 돈만 네 돈이야, 너를 위해서 신발도 사고 너를 위해서 의미 있는 돈을 써봐"


그런 말 백날 들어도  소용 없던 나다.  내가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쓰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여사님도 그시절 나랑 같은 상황이었겠지 그럼 나도 그여사님 나이 되면 아이들이 미워질까

그럼 안된다. 아이들 이뻐해야 하니까 그 핑계하고 내 돈 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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