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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Apr 11. 2020

택배로 배달된 봄나물

친정엄마가 보내셨다.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노래가 절로 나오는 봄이다.  시골로 나가기만 하면 지천으로 나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채취하여 반찬을 해주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냥 마트에서 박스로 구입해서 사용한다.


친정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미나리가 좋다 와서 가져가라" 솔직히 이런 전화 조금 죄스럽고 부담스럽다. 어쩌다 쉬는 날 친정을 다녀오면 주말로 미루어 두었던 일들이 쌓여 쉴 시간을 만들 수 없다.

"엄마 요즘 나물 값 비싼 때 아니에요. 그냥 사서 쓰고 다음에 갈게요" 했더니 다음날 아버지께서 전화하셨다.

"택배로 나물 보냈다." 간단히 말씀하시고 끊으신다.


택배 박스 안에는 달래 머위 미나리가 들어 있다. 엄마는 나물을 보시면 막내딸 식당서 사용하면 돈도 아끼고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어이 택배를 보내신다. 이 나물들을 받아 놓고 걱정이 앞선다.  머위의 쓴맛을 학생들이 좋아할까? 매번 실패였는데, 올해는 다른 학생들이니까 괜찮을 수도 있다. 일단 시도해 보았다. 머위를 데쳐 쓴맛을 우려내기 위해 찬물에 한참을 담가 놓았다가 고추장과 식초 설탕 마늘 들기름 등을 넣고 조 몰 거린 후 참깨를 뿌렸다. 새콤달콤 쌉쌀한 것이 제법 맛있다.


식사시간에 배식대 한 자리 차지했다. 역시나 유심히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친다. 가끔 조금 들고 간 학생들의 접시에서 푸대접을 받다가 다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별수 없이 머위는 우리 가족이 먹어야겠다.


미나리는 괜찮겠다. 향이 특이해서 호불호가 있지만 나물이 주 메뉴가 아니니 음식의 조화를 위해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역할이면 된다. 봄 미나리가 연하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찬물에서 식힌 후 두 손으로 꽉 쥐고  물기를 짠다. 쫑쫑썬 쪽파와 채 썬 당근 조금, 다진 마늘, 들기름, 집간장을 넣고 조 몰 조 몰 무친 후 참깨 송송 뿌리면 완성이다.


내 입맛에는 연하고 고소하다.  냇가의 물소리도 들리는 것처럼 좋고 맛있다. 식사시간이 되어 학생들의 반응을 살핀다. 머위보다는 성적이 좋다.  엄마께 체면치례를 해드린 것 같아 다행스럽다.


처음 식당을 할 때는 힘드시니 보내시지 마시라고 극구 말렸었다. 소용없다. 시골에 흔한게 나물이라고 기어이 보내신다.  그럼 난 감사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잘 먹어줄까 걱정을 한다. 안 먹는다고 보내지 마시라 그러면 맛있다고 괜찮다고 하신다. 우리는 너무 맛있다. 그러니까 괜찮은 게 맞다.

봄 미나리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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