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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Apr 09. 2020

엄마는 이쁜 신발 신는 사람

행복

아이들이 싫어하는 엄마의 행동 중 하나가 톡에 위인들의 명언을 남기는 거라는데, 어쩌다 해버렸다.


가족 카톡방에 "집을 짓는 사람은 건축가, 리라를 연주하는 사람은 리라 연주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그것이 그 사람이다.  절제를 하면 절제하는 사람, 용감한 행동을 하면 용감한 사람이 된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

아들들 오늘 멋진 행동으로 멋진 사람 되시라~라고 올렸다.


큰아들이 대답해 준다. " 좋은 말이네요.  엄마는 이쁜 신발 신는 사람 되세요 ㅎㅎㅎ"


아들은 여러 날 전에 써 놓은 "내가 번 돈이 내 돈이 아니라고"의 헤진  단화 이야기를  읽고는 마침 내 생일도 다가오고 하여 용돈을 보내 주며   " 꼭 이쁜 신발 사서 신으세요" 했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보기 좋은 행동이나  듣기 좋은 소리를 곧잘 한다.


아파트 베란다 창 너머로 벚꽃이 만개했다. 설레는 봄이 아들이 준 용돈으로 새신을 사서 신고 펄쩍 뛰어 보고 싶게 한다.

"설레는 말이다 이런 말 할 줄 아는 아들 멋지다. 정말이지 누가 낳았니?"


아들과의 톡 내용에 남편은 대꾸도 없이 톡 창을 쳐다보며 흐흐흐를 연타로 흘리고 있다.  

"기... 김*호 씨?"

코로나 19 덕에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못 본 지 오래되었다. 큰아들의 근무지가 경북 쪽이다. 함부로 다니는 것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우리도 학생들 상대하는 일을 하여 부담이 되니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집에 오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래서 톡이나 전화 통화로만 안부를 묻는 섭섭한 요즘이었는데 엄마의 몹쓸 잔소리를 센스 있게  받아주는 덕에 자식들 보고 싶은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더 커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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