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숙집 이모 Aug 08. 2020

여자 친구의 쟁반을 들어주는 남자

남자 친구를 위해  물을 따라주는 여자

저녁식사 시간에 한 커플이 현관까지 손을 잡고 오더니 남학생이 앞서 들어오고 여학생이 뒤따라 들어온다. 공기에 밥을 퍼서 쟁반에 올리고 접시에 반찬을 담고 배식대 앞에서 국을 받아 식탁에 앉을 때까지 두 사람의 순서가 바뀌지 않는다.


남자 친구와 마주 앉아서 밥을 먹던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며 입으로는 허! 허! 소리를 내더니 급하게 정수기 앞으로 가 물을 한잔 마신다. "아이고 매웠구나! 베트남 고추를 손으로 으깨서 양념으로 넣었는데 큰 녀석을 먹은 모양"이라고 내가 아는 체를 했다.

남자 친구가 "아 매운 고추가 들어 있어요?" 하더니 여학생의 접시에서 고추를 골라 옆으로 분리해 놓는다. 그런 모습은 보았으나 아는 체는 하지 않는다. 속으로만 "자상도 하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밥을 다 먹은 남학생이 한 손에는 자신의 쟁반을 다른 손에는 여자 친구의 쟁반을 들어 주방 앞으로 반납한다. 그러는 사이 여학생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남자 친구에게 건네준다. 물을 마신 남자 친구가 앞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여학생이 나가더니 다시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간다.


난 이 커플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 자상한 남자와 남자 친구를 앞세울 줄 아는 여학생의 모양새가 보기에 좋다. 어느 날은 여학생이 앞에 서고 남학생이 뒤에 서는 경우도 있다. 그 모양은 남자가 여자 친구를 에스콧 하는 분위기라 또 마음에 든다. 누구를 높이 여기고 낮게 여기는 존. 비의 마음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예절을 지키는 모양새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다. 또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을 만한 장소에서 다정하게 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아들 셋 중에 첫째와 둘째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

연애를 한다는 것을 알고 몇 가지 잔소리를 했다.

혹시 여자 친구가 무엇을 부탁하거든 말이 떨어지기 전에 행동을 해라. 이왕 해 줄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해라. 또 대화를 할 때는 기본적인 예를 지켜라.

상대방을 섭섭하게 하지 마라 다툼이 있거든 네가 섭섭한 쪽을 택하라.

가방을 들어주고 싶거든 들어줘도 될 만큼 큰 것을 사줘라.

밖에서 차가운 의자에 앉게 될 경우엔 무엇으로라도 방석을 만들어 줘라.


여자 친구를 사귀기 전에 미리 한 잔소리도 있다. 격이 낮은 말을 하는 사람은 사귀지 말아라.


잔소리의 이유는 내가 원하는 남자 친구(남편)의 모습이 그것이기 때문이고,

말본이 나쁜 사람은 행동도 그러하더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은 커플 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이들이 있었다.

여학생이 다리를 들어 남학생의 엉덩이를 치면서 말을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었다. 가끔 씨! 자가 접두사로 붙는 단어를 사용하는 소리도 자주 들렸었다. 그들의 경우를 보면서 언. 행은 그런 부분에서도 일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때부터 아들들에게 격이 낮은 언어를 사용하는 여친은 안된다는 잔소리를 하였었다.

고맙게도 아들들은 본인들 눈을 믿으시라 했고 지금 좋은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다.


오늘 저녁 여자 친구의 반찬에서 매운 고추를 골라주는 자상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아들들에게  잔소리 한마디 더 하고 싶다.

아들들아,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다. 여자 친구를 위해주는 자상한 남자가 되고 또 여자 친구에게 대접받을 만큼 좋은 사람이 돼라.

작가의 이전글 세 자매의 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