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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내게로 온다

엄마, 아빠를 위한 그림책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글/애덤 맨스바크 그림/리카르도 코르테스/ 21세기북스





출간도 되기 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베스트셀러!

출간과 동시에 영화 판권을 계약하면서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된 그림책이 있다. “아이는 절대로 읽으면 안 되는 엄마, 아빠를 위한 그림책”이란 부제가 붙은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은 애덤 맨스바크 글을 쓰고, 리카르도 코르테스가 그림을 그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을 완전 좋아한다. 그러나 “젠장”과 같은 센 비속어들이 적지 않은 글  텍스트를 차지하고 있어 개인 소장용으로 이 그림책을 즐겼다.      

“어젯밤도 실패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나 한 편 볼까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바람인 걸까?”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의 아이는 자식이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동화책을 읽어줘도, 따뜻한 우유를 먹여도, 달래도 보고 윽박질러 봐도 잘 생각이 없다.” 

죽어라 재워도 죽어라 일어나는 아이 때문에 참다 참다 삼키는 말 “이런 젠장, 제발 잠 좀 자란 말이야!”

 아이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라도 잠을 자지 않으려 딴청을 부리는 아이와 씨름해 본 적이 있는 엄마나 아빠들의 울화를 대신해 주는 이 그림책의 스토리는 웃기고도 슬프다.  자장가를 불러 줘도 초롱초롱한 눈을 동글동글 굴리며 눈만 마주치면 해맑게 웃는 아이.

 이 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언제나 간절하게 아이가 꿈나라로 직행하길 애원하다. 모차르트는 새들도 아기양도 다들 자고 선반 위의 생쥐도 다들 자니까 제발 잘 자라고는 자장가를 만들었다. 전래 동요 자장가 역시 꼬꼬닭아 울지 말라, 멍멍개야 짖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며 아이의 깊은 잠을 지켜 주고 싶어 한다. 

 요즘에는 자장가 대신 그림책을 읽어 주는 베드타임 그림책 육아를 한다. 그림책인데 낮은 조도의 수면등을 켜 놓고 눈을 감으라고 하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All Joy and No Fun’,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출간된 그림책의 제목은 <Go the F**k to Sleep>이다. 그림책에 표지 재목 F와 k 중앙에 동그란 하얀 달이 영어의 비속어 Fok의 ‘o’를 대신해 그려져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는 반복되는 일상은 아이가 잠이 들어야 마감을 할 수 있는데, 아이는 엄마가 눈 맞추고 놀고 싶어 한다. 우리말로 ‘젠장’이란 ‘제기랄’과 같이 불쾌한 상황에서 내뱉는 속어다.

 애덤 맨스바크의 직설화법은 이 세상에 그림책 육아로 수면 부족에 고통 받는 엄마, 아빠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 표현한다.  나는 그림책 치고는 과격한 언어로 표현한 이 그림책을 엄마들이 읽으며 잠깐이라도 읽고 방긋 웃기를 바라며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그림책 육아를 즐겁게 하지 못하고 아이 잠재우려고 그림책을 읽으며 견딘 적이 있는 독자들이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생각한 적 있지.”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미안했던 순간에 죄책감을 덜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잠자기 전 그림책을 읽어 준 엄마다. 지금은 그림책의 재미에 푹 빠져 아이보다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잠재우기 위한 그림책이 아닌 아이와 살을 맞대고 그림책의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를 재우고 밀린 집안 일을 하거나, 남편과 치맥 한 잔 하며 달달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밤, 아이가 읽은 그림책 다시 읽어 달라 하거나 열 권도 더 되는 그림책을 쌓아 놓고 밤을 지새자고 하면 화가 난다. 깜깜한 거 싫다고 불도 못 끄게 하고, 쉬 마렵다고, 목 마르다,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다, 별의 별 핑계를 대면 짜증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모성애고 뭐고 아이에게 ‘나는 귀신보다 너가 더 무섭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는 자야 하는데 전혀 안 졸린 얼굴로 그림을 보고 또 보고, 앞 장으로 넘겼다가 다시 뒤를 넘기라고 명령(?)한다. 덕분에 아이 옆에 누워 그림책을 두 팔로 들고 읽다 보니 양쪽 팔꿈치에 ‘엘보’라고 부르는 고질병이 생기기도 했다.

 긴 시간 아이와 뒤척이며 씨름을 하다가 잠든 아이를 확인하고 거실로 나오면 남편 혼자 치킨 한 마리를 알뜰하게 발라 먹고 잠이 들어 있다. 코까지 골면서...

이 그림책은 남편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으며 수면을 유도한다. 거실 소파 위에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잠이 들어 있고, 어쩌다가 작정하고 만든 부부만의 러브 타임인데, 아쉬움을 가득한 전쟁같은 육아의 밤은 깊어 간다는 성인을 위한 그림책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이 그림책의 글 텍스트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잠자기 전 그림책 읽어 주기의 행복함을 느끼는 엄마들이 읽기엔 비교육적이과 불매 운동이라도 하고 싶어질 거 같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환타스틱하고 아름답다. 

 “마을 창문에 불도 다 꺼졌어.”라는 글과 달리 바닷가 마을의 집들을 창은 새까만 밤인데 샛노란 레몬빛으로  환하게 켜져 있다. 사자도 호랑이도 기절한 거처럼 자는데 아이는 사자 등에 기대고 앉아 해맑게 웃는다. 잠옷을 입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아이. 침대 옆에 잠든 호라이와 토끼 옆에 공갈 젖꼭지를 물고 눈이 초롱초롱한 아기.

 작가는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을 그림 속에 그려 놓았다. 잠을 재우다 지쳐 잠든 아빠를 두고 발가벗고 방을 탈출하는 흑인 아이, 그리고 아빠 손에 이끌려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엄마, 아빠와 밤낮없이 함께 하고 싶은 이 세상의 모은 아이들의 바람을 보여 준다. 

글 작가는 아이 잠재우기에 지친 엄마, 아빠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그림 작가는 밤이면 밤마다 잠을 자지 않고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의 투정을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려준다. ‘천의무봉’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천사의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성정은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 

 이 그림책을 어느 틈엔가 찾아 읽다가 나랑 눈이 마주친 그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이정도였어? 정말?”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격렬하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전혀!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하늘 땅, 우주 땅 맹세해.” 

 그렇게 진심을 다해 변명했는데, 딸은 못 들은 척 등을 돌리고 앉아 다시 그림책을 넘기다. 씨익 웃었다. “와, 이 아저씨 진짜 화났네, 근데 아기들 너무 귀여워, 하하”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매일 밤 아이와 잠 재우기 배틀을 붙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잠을 재우기보다 함께 잠들면 될 걸, 뭐하려고 강제로 재우려고 했었던 가 후회된다.

 이 책은 아이는 절대로 알면 안되는 엄마, 아빠에 솔직한의 마음을 유머러스한 그림과 걸러내지 않은 작가의 육성으로 들려준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서  작가가 대신해서 내뱉는 입에 담기 불편한 글을 묵음으로 읽어 보자.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글과 달리 그림 속에 아이는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고 해맑다. 너무나 귀여워서 못 견딜거 같다는 작가의 심리가 천진난만한 아이 캐릭터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 

 그러다 보면 드라마 <도깨비>의 남주인공 공유가 한 대사 저절로 떠오를 것같다.

"아이와 함께한 모두 시간이 눈이 부셨다. 잠을 안 자서 천사처럼 잠을 잘 자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가야 네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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