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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북극곰 코다 가족을...

찡한 그림책 북극곰 코다 가족의 위기 탈출기

               

<북극곰 코다>

그림/배우리//이루리/북극곰          


‘북극곰 코다’의 작가이자 프레드릭 출판사 대표인 이루리작가는 “그림책의 세계는 바다다.”라고 말합니다. 넓고 푸른 이야기의 바다에 독자는 은빛 비늘을 뒤척이며 헤엄치는 이미지를 낚아 자신만의 스토리로 엮어 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림책은 그림 작가와 글 작가 그리고  제3의 작가인 독자의 상상력이 합체로 만든 감동적인 영화같아요.

 그림책“없다! 있다!” 다시 “있다, 없다!” 유아들과 이런 말놀이를 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손바닥으로 얼굴 가리기란 말 그대로 아이를 마주하고 앉아 손바닥으로 얼굴를 가렸다 다시 보여주면서 “영구 없다. 디리리 디디디.” 하면 3살 이전의 유아들은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합니다.

유아들은 그림책의 글도 보고 그림도 본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은 숨은 그림찾기 그림책라고 하죠.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그림이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보이다가 안 보이기도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태 그림책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그림책은 이루리작가가 글을 쓰고 배우리 작가가 그림을 그린 <북극곰 코다>입니다.

 어린이 논술잡지 <유레카M>에 역사 만화 시리즈를 그린 배우리 작가의 만화적인 일러스트와 군더더기없이 할 말만 딱 하는 글작가의 콜라보가 환상적인 이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검정, 파랑, 주홍, 회색과 하얀 바탕색만으로 완벽한 그림을 그렸답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곰 마을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속지 그림을 프롤로그로 시작한 <북극곰 코다>는 유난히 새까만 코 때문에 사냥꾼에게 죽을 뻔한 북극곰 모자의 위기 탈출을 그리고 있어요. 보이면 위험하고 안 보여야 안전한 까만코를 가진 북극곰 모자의 절대절명의 위기를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감동으로 읽는 <북극곰 코다>는 제3의 작가인 어린이 작가가 함께 완성하는 스토리북입니다. 

이 그림책 읽기의 묘미는 투박한 발음의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실감나게 읽어야 더 신나게 읽을 수 있답니다.  이루리작가의 유머러스한 작명이 두드러진 이 그림책의 악당 사냥꾼의 이름은 ‘바보’를 거꾸로 부르는 ‘보바’랍니다.

엄마곰과 아기곰이 등을 돌리고 앉으면 사냥꾼은 곰사냥의 표적인 엄마곰의 까만코와 아기곰의 까만코를 못 보죠.

보였다 안 보이고 안 보였다 보이는 북극곰 모자의 까만코를 찾아 자기 키보다 크고 무거운 긴 총을 끌고 평화로운 북극곰 마을을 이리 저리 헤매이는 사냥꾼의 존재를 자신들의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북극곰 모자.

몸을 가릴 바위조차 없는 얼음 벌판에서 사냥꾼에게 발견된 북극곰 코다 모자의 치명적인 약점 까만코는 이제 죽음의 표적입니다. 엄마곰은 아기곰을 두 팔로 안고 “부디 우리 아이를 살려 주셔요!”하고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엄마곰을 올려다 보던 아기곰도 눈을 질끈 감고 “부디 우리 엄마를 살려 주세요!”하고 간절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는 장면이 클라이막스인 이 그림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힌트를 드릴까요. 첫째 뒷표지 안 쪽 속표지의 그림이 이 그림책 이야기 도입부와 동일한 그림이라는 거. 그리고 두 번째 힌트는 보이고 안 보이고 안 보이고 보이는 게 이 그림책만의 재미라는 거, 잊지 마시고 그림책을 읽어 보셔요.

그리고 이 그림책을 생동감있게 읽는 팁 하나만 더 드릴께요. 책 표지부터 순서대로 읽다가 잠깐 멈추고 뒷표지로 갔다가 다시 읽던 페이지로 돌아와 읽어 보셔요.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이 책을 읽다 보면  글작가와 그림 작가가 숨겨 놓은 그림과 글을 찾을 수 읽을 거예요.

이루리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북극곰 모자의 까만코는 서로가 가려 주고 인정해 줘야 할 약점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거울을 없는 북극곰 마을에서  까만코 코다 모자는 자신의 코는 못 보고 상대방의 코만 보는 거처럼 우리들도 스스로의 약점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약점만 지적하고 비난하게 되죠.  

사냥꾼의 표적이 된 까만코 코다 엄마가 아이의 코를 온몸으로 가리고 자신을 희생해 아기곰을 지켜려 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아이를 안은 두 팔 때문에 자신의 약점인 까만코를 그대로 노출할 수밖에 없던 엄마곰의 행동이었답니다. 아기곰이 의식해서 그렇게 했을까 싶지만 두 손을 올려 엄마의 약점인 까만코를 가리고 자신의 팔로 작고 치명적인 자신의 까만코도 가리는 아기곰이 행동을 통해. 어쩜 북극곰 모자에게 카만코는 처음부터 약점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입니다. 유난히 크고 까만코란 생각도 어쩜 생각하지 따라 다를 수도 있을니깐요?

솜덩이처럼 폭신폭신하고 집채만한  북극곰 코다 모자의 좌충우돌 위기 탈출기를 32쪽의 그림책으로 만나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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