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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배     

하필이면 서경(평양)에 사는 베 짜는 여성이 주인공이고 님은 꼭 대동강을 건너서 그녀를 두고 가려고 한다. 많고 많은 강 중에 왜 대동강일까? 거기다 사공이 배를 띄운다는 설정에 이성을 잃은 그녀의 태도에 네이버 검색창에 꽃, 배, 대동강이란 키워드를 올려 수수께끼를 나름 풀어 보았다. 현대시 중에 ‘배’라는 글감으로 사랑의 시작과 마침을 노래한 시가 있다. 

바로 장석남 시인의 <배를 매며>와 <배를 밀며>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생각지 못한 순간에 사랑이 시작되고 커 가는 과정을 배를 매는 일에 빗대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배를 매는 일’과 ‘사랑’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배를 매는 일에 빗대어 형상화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소리도 신호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오고 나는 깜짝 놀라 그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는 행위는 사랑을 키우는 시작이라고 시인은 표현한다. 사랑은 우연히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있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매는 거같은 거라고...     

시인은 연작시 <배를 밀며>에서 이렇게 쓴다.  

”배를 민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라고 배를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라고 그런 뒤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에 흉터, 그런데 분명히 배를 밀고 떠나보냈는데 어느 사이에 소리 없이 배가 자신의 안으로 밀려들어와 견딜 수 없는 그리움과 슬픔으로 남는다고.

 이승철의 노래 <사랑 참 어렵다>란 노랫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승철은 이 노래에서 ”사랑이 정말 있기는 한 거니 내 맘을 다 줘도 왜 항상 떠나가는지, 내 멍든 가슴은 온통 너로 가득 차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사랑 참 어렵다 어렵다 너무 힘들다 “라고 애절하게 노래한다.      

 고전문학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억지스럽게 <서경별곡>의 배와 장석남의 시의 모티브 ‘배’와 엮어 가르친 적은 맹세컨대 없었다. 왜냐 하면 문학 자습서 어디에도 그와 같은 언급은 없기에 검증이 상상력만으로 수업을 하는 건 위험한 시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이해를 돕는 게 범죄냐? 그건 아닐 듯. 왜냐하면 작자 미상인 이 작품에 창작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사랑이 떠나는 걸 닻을 거두고 자신을 떠나는 남자의 변심으로  읽힐 수도 있다.     

언제나 찾아 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손을 꼭 잡았나.

눈 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 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 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심수봉           

가수 심수봉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서 여자는 '배'라고 강력하게 방점을 찍는다. 떠나가는 남자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라고 노래한다. “사랑했었단 말은 하지도 쓸데 없는 소리라고 못견디게 내가 좋다고 하던 달콤하던 말”을 내가 믿었을 거 같냐고 반문한다. 

심수봉의 노래를 고려 여자에게 들려 주고 싶다. 상처받지 말라고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아 그런 놈들이니 그냥 쓸쓸한 표정 짓고 돌아 서서 웃어버리라고 진심을 다해 설득하고 싶다.  나는 그녀가  배를 타고 그녀를 떠나려는 남자를 구질구질하게 붙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영원하다. 단지 대상이 바뀔 뿐이다. 그러니 나는 그녀에게 죄없는  대동강 나루터의 모든 뱃사공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산뜻하게 남자를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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