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노래를 들어도 이제 이곳에 없는 이들에 대한 노래처럼 들리는 날들이 있다. 요즘이 그렇다. 숨이 턱턱 막힌다. 어디를 봐도 막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창가에 가면 살구와 아보카도 씨앗이 틔운 새싹이 자라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지고 있다. 이 참담한 세상에서 그 무심한 생명력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폐기하자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쉽게 되지도 않고, 무언가를 폐기할 때는 언제나 그곳의 가장 약한 존재들이 함께 폐기되니까.
세상을 어떻게 고쳐 쓸 수 있을까. 세상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언제 폭삭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세상은 어떻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걸까. 어떤 노동이, 어떤 마음이, 이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이곳을 고쳐 쓰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한다. 참담한 세상에 사랑과 삶을, 열정과 희망을 저당잡힌 이들의 절박함을 봐야만 한다. 그 무너지는 마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