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파충류를 유독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작은 동물원이 있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을 다시 찾았다. 사실 몇 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파스텔로 물들인 건물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 그리고 그 위로 풍기는 유럽의 향기가 묘하게 비현실적이었다. 사람보다는 풍경이, 생활보다는 설정이 우선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했을 때, 나는 그곳이 다르게 느껴졌다. 건물들의 색이 조금 바랬고, 길모퉁이에는 잡초가 자라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들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곳에서는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동물들에 환호하는 아이를 잠시 지켜보다, 테라스 앞으로 조용히 웃으며 떠드는 이들을 지켜 보았다. 그들의 소리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프로방스 마을을 진짜로 만들고 있었다. 커피 향기와 바람에 실린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작은 식담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일상에서 오는 편안함이 배어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시간, 레스토랑의 불빛은 따뜻하게 그들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곳이 더 이상 인위적인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맑고 투명했다. 나는 오래된 나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있으니, 어느새 이곳은 나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사했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작은 가게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나는 무심코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놓인 작은 인형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연인, 엄마와 쌀과자를 나누어 먹는 개구쟁이 아들. 특히 인상 깊었던 노부부의 대화는 그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도 나처럼 이곳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온실과 같이 꾸며 놓은 카페 앞에 멈춰 서서, 나는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카페 안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들과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그곳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창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온하고 고요했다. 그 순간, 나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카페에서 나온 후, 나는 마을을 한 바퀴 더 둘러보기로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이곳이 이제 진짜 마을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인위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삶이 스며든 진짜 마을.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지막으로 마을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시 돌아올 때, 이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지 기대하면서.
그날의 방문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결국, 세월이 흐르며 모든 것은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갔다. 이제는 사람들의 삶이 스며든 진짜 마을이 되었다. 이곳에 남겨진 세월의 흔적들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마음속 깊이 새기며 마을을 떠났다.
인위에도 추억은 깃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