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9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방금 30분 전까지 그랬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출근, 밥, 화분에 물 주기, 퇴근
그게 일상이고 오늘의 전부였다.
가을바람이 불어서인가.
요즘 마음이 들썩이고
앙금이 앉는 것처럼 답답했다.
하늘 아래로 뛰쳐나가고 싶은 걸
참아서 생긴 계절병이 커졌다.
퇴근길에 노들섬에 내렸다.
아침은 회색 하늘이었는데
저녁은 여지없는 가을 하늘이다.
다행이다.
등을 기댈 수 있는데 아무렇게나 앉았다.
책을 들고 올 걸...
노트북이 다리 위에서 삐뜰거린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는 게 허무했다.
뭐라도 써보려 애썼다.
기억이든 풍경이든 쓰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글감을 뒤적거리는 사이
과일이 익어가듯 태양이 익어갔다.
하늘까지 물들었다.
노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더 쓸 수 없었다.
마냥 눈에 담기는 풍경이 좋았다.
쓰지 않아도 할 말 하지 않아도 만족했다.
자신을 표절 시인이라 하던
시인의 구절들이 귀에 감겼다.
자연과 풍경과 사람과 사연을 표절해 쓴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동했다.
결국 쓴 말보다 지운 말이 더 많았다.
하루를 삼킨 태양이 한강을 넘어갔다.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 풍경을 더하니 완벽한 하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