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소녀 Sep 09. 2021

한강에서 쓴 일기

2022.9.9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방금 30분 전까지 그랬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출근, 밥, 화분에 물 주기, 퇴근

그게 일상이고 오늘의 전부였다.


가을바람이 불어서인가.

요즘 마음이 들썩이고

앙금이 앉는 것처럼 답답했다.

하늘 아래로 뛰쳐나가고 싶은 걸

참아서 생긴 계절병이 커졌다.


퇴근길에 노들섬에 내렸다.

아침은 회색 하늘이었는데  

저녁은 여지없는 가을 하늘이다.

다행이다.

등을 기댈 수 있는데 아무렇게나 앉았다.

책을 들고 올 걸...

노트북이 다리 위에서 삐뜰거린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는 게 허무했다.

뭐라도 써보려 애썼다.

기억이든 풍경이든 쓰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글감을 뒤적거리는 사이

과일이 익어가듯 태양이 익어갔다.

하늘까지 물들었다.

노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더 쓸 수 없었다.


마냥 눈에 담기는 풍경이 좋았다.

쓰지 않아도 할 말 하지 않아도 만족했다.


자신을 표절 시인이라 하던

시인의 구절들이 귀에 감겼다.

자연과 풍경과 사람과 사연을 표절해 쓴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동했다.


결국 쓴 말보다 지운 말이 더 많았다.

하루를 삼킨 태양이 한강을 넘어갔다.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 풍경을 더하니 완벽한 하루가 됐다.







작가의 이전글 검은 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