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12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지고
평소 꾹꾹 눌러 놓은 마음도 부푼다.
고향을 상실한 마음들은 더 그럴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집 정리를 하 듯
마음도 정리를 해야 한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이 좋다.
나는 그렇다.
홀로 파주로 향했다.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곳으로
방해받지 않는 곳으로
고향과 조금 가까운 곳으로
자연이 너른 곳으로.
도착하자부터 깊은 밤까지 이어진 통증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벨탑처럼 쌓아 올린 책은
제목만 읽어도 배불렀으니까.
조식을 푸짐히 먹고
커피를 두 잔 마시고
창가로 펼쳐진 초록을 보고
뜨거운 햇빛에 그리움도 쑥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향한다.
다음엔 통증 없이 평일에 와야겠다.
그땐 마음껏 그리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