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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녀 Sep 12. 2021

가을 여행 일기

2020.9.12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지고

평소 꾹꾹 눌러 놓은 마음도 부푼다.

고향을 상실한 마음들은 더 그럴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집 정리를 하 듯

마음도 정리를 해야 한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이 좋다.

나는 그렇다.


홀로 파주로 향했다.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곳으로

방해받지 않는 곳으로

고향과 조금 가까운 곳으로

자연이 너른 곳으로.


도착하자부터 깊은 밤까지 이어진 통증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벨탑처럼 쌓아 올린 책은

제목만 읽어도 배불렀으니까.


조식을 푸짐히 먹고

커피를 두 잔 마시고

창가로 펼쳐진 초록을 보고

뜨거운 햇빛에 그리움도 쑥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향한다.

다음엔 통증 없이 평일에 와야겠다.

그땐 마음껏 그리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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