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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녀 Oct 08. 2023

끝과 시작

낮선 공간 익숙한 몸짓들 사이

국적도 여권도 없는 몸은   

비행기 가장 뒷자리에 앉는다.  

      

더운 밤의 도시를 발 아래 떨치고 

흔들리는 기체와 불안한 마음속

멍멍한 감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울컥 차오르는 얼굴들과

함께는 가지 못하는 고향을

잿빛 구름 속에 묻고            

더 짙은 어둠 속으로 오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허공이 

과거와 미래를 나누고

나는 

이별이 되어 내일로 간다.    

 

푸름푸름한 저 수평선 넘어

태양이 꿈틀거린다.

무수한 시작들이 마중 온다.  

  

미끄러지는 활주로 앞에서

아침을 맞는 인천공항에서

나는 탈북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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