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공간 익숙한 몸짓들 사이
국적도 여권도 없는 몸은
비행기 가장 뒷자리에 앉는다.
더운 밤의 도시를 발 아래 떨치고
흔들리는 기체와 불안한 마음속
멍멍한 감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울컥 차오르는 얼굴들과
함께는 가지 못하는 고향을
잿빛 구름 속에 묻고
더 짙은 어둠 속으로 오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허공이
과거와 미래를 나누고
나는
이별이 되어 내일로 간다.
푸름푸름한 저 수평선 넘어
태양이 꿈틀거린다.
무수한 시작들이 마중 온다.
미끄러지는 활주로 앞에서
아침을 맞는 인천공항에서
나는 탈북의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