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다시 쓰는 이야기 #3

by 다운


*이 글에는 '작별인사(김영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나라는 것은 무엇이었던 걸까? 육신인가, 자아인가, 그 결합인가?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인가? 내가 철이를 만들어야겠다고, 아니 이 세상에 탄생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철이는 내 아들로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내 곁에 없다. 하얀 벽, 하얀 천장, 좁은 방. 이 안에는 오롯이 나 혼자뿐이다.


최진수라고 이름 붙여져 살아간 하나의 육신이 지금 그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철이가 지금 이 순간을 예견하고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곳에는 지금 나와 철이뿐이다. 철이는 나의 의도로 인해 이 세상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 야트막한 의도 너머 더 심원한 어딘가에 있다.


이 세상에 너를 존재하게 만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의 성공이었을까? 아니면 패착이었을까? 그중 어떤 것이었을지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조차도 이제는 어려워졌다. 다만 한 가지, 단 하나의 물음에 대해서 정답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질문을 내어놓을 것이다.


철아,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니?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니?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면, 조금이나마 편하게 이 삶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언젠가 다시 만나자. 어쩌면 수십 억 년 뒤, 어쩌면 찰나의 순간 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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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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