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었다. 계모와 그 휘하의 언니들에 비해 자신이 모든 면에서 특출 나다는 사실 쯤은. 그들의 우둔함과 추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허영심과 악의뿐이었고, 그마저도 나를 제대로 가두지 못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유리 구두를 신은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장미가 새겨진 투명한 굽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입술을 살짝 깨무니 붉은 입술이 창백한 얼굴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자신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이후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 역시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바였다.
"신부님, 고해성사를 하고 싶어요."
그녀는 무도회장으로 향하기 전, 성당을 찾아가 나직이 속삭였다. 피 한 방울과 눈물로 시작된 이야기.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 은밀한 독백처럼, 아름답지만 태생부터 나쁜 계획이었다. 고해성사실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비틀렸다. 신부님은 말이 너무 많았고, 그녀는 말이 없었다.
무도회장의 문이 열리고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내딛자, 샹들리에의 빛 아래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들의 숨소리마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흐트러졌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첫 번째 전략이었다. 차갑도록 다정한 미소를 띠며 그녀는 왕자의 시선에 걸음을 맞췄다. 그의 평온했던 심장이 이제 멎을 것이다. 그녀는 확신했다.
마법의 시럽, 정확히 여섯 방울. 그녀는 그것을 향수처럼 손목에 발랐다. 미로 같은 무도회장을 걸을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퍼졌다. 왕자의 눈동자가 마치 처음 보는 색채로 물들었다. 가장 순수한 감정이라고 했다. 사랑이라고, 했다. 그녀는 속으로 웃음 지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순수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운명은 더욱 선명히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윽고 춤은 시작되었다. 샹들리에 아래 춤추는 그림자들 사이에서 그녀의 드레스에 박힌 진주들은 유달리 화려하게 반짝였고, 스커트 자락은 우아하게 휘날렸다. 두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며 완벽히 조율된 춤을 추는 동안, 그녀는 모든 것이 뜻한 바대로 정확하게 실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통제를 벗어난 듯한 이 상황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거울 속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듯, 자신이 만든 환상 속으로 그들을 끌어들였다.
계모와 언니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신비로운 마법에 걸린 듯한 존재였다. 하지만 진짜 마법을 부린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차가운 수면 아래 잠겨 있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기어코 수면 위로 떠올라 마침내 햇빛으로 빛나리라는 맹세였다. 동시에, 달콤하지만 타오르는 저주였다. 어머니, 언니들, 당신들은 이제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게 될 거야. 그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뜨겁다 못해 고통스러운 불길이 일 거야. 그 춤이 당신들을 죽음으로 이끌 때까지, 나는 이 자리에서 지켜보겠지. 손 끝으로 시작된 주문은 이제 무도회장 전체로, 그리고 그들의 마음 가장 깊은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부드럽지만 차가운 움직임에 사로잡힌 시선들은 섬찟함을 느끼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음악이 점점 느려지는 순간, 그녀는 그 중심에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계가 자정을 알리기 직전, 그녀는 완벽한 타이밍에 사라질 것이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빛나는 구두 한 짝만이 남겨질 것이며, 그들의 갈망과 호기심은 절정에 달할 것이다. 그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불쌍한 재투성이 소녀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녀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는 먼지 한 톨, 재 한 점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