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 탐험가 Apr 04. 2021

강남은 한때 성동구였고, 원래는 경기도 땅이었다

50대 새내기 기자의 <도시탐구> 연재 첫 번 째 기사 취재 일기

오마이뉴스에 처음 글을 쓸 때는 취재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내 경험과 생각을 글로 옮길 때가 많아 외부 취재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재를 시작하고 주목을 받는 글이 늘어나자 문제가 달라졌다.


취재로 글을 단단히 다져야 했다.


글쓰기 위해 글감을 찾고 취재하는 과정이 내게는 대학원 시절 논문 쓰던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먼저 연구 주제를 정한 다음 선행연구를 참고하고, 문헌 연구와 사례 조사를 진행하고, 관계자나 전문가와 인터뷰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다만 논문은 한 주제에 대해 시간을 들여 깊게 파야 하지만 취재는 상대적으로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기사 역시 깊게 파야 하는 면도 있었다. 빨리 깊게.   

  

뉴스포스트에 <도시탐구> 코너를 연재하며 나는 취재를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첫 번째 단계는 문헌 연구, 두 번째 단계는 현장 답사, 마지막으로 인터뷰까지 마치면 얼추 글쓰기 준비를 마치게 된다.

     

문헌 연구로는 관련 기사와 책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논문도 큰 도움이 된다. 웬만한 논문은 구글 ‘학술검색’에서 확인할 수 있고 논문 포털에 PDF로 올려져 있어 내려받을 수도 있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나 '국가기록원'도 유용하다. 그곳에는 옛 문헌과 고지도, 그리고 사진 DB가 많다. 이외에도 '서울시 역사 아카이브'나 '서울시 항공지도 사이트'에서도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서울대 규장각 사이트에서 검색한 '동국여도 도성도'

    

현장 답사는 주로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나간다. 기사 마감을 금요일 오전으로 잡았기 때문에 주초에 큰 작업을 끝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첫 답사에서 촬영한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든지 보완할 내용이나 확인할 사항이 있다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또 나가본다.     


인터뷰는 주로 답사 과정에서 진행한다. 현지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필요하다면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하거나 찾아가기도 한다.  

    

답사 후 초고를 작성하다 보면 추가 인터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방문하거나 전화로 인터뷰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도 있다.     

 

50살 넘게 살다 보니 주위에 전문가인 지인들이 많다. 아니면 지인들이 전문가들과 친하다든지. 나이 든 장점을 적절히 활용한다.     


서울의 형성 과정 취재     


난 지난해에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의 여러 곳을 답사한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에 <어느 도시인의 고향 탐구>를 연재했다. 내 어릴 때 기억을 좇아가는 여정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내가 살던 동네의 행정구역이 변천하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다.    

  

작년의 경험이 뉴스포스트에 <도시탐구>라는 연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연재를 시작하며 난 우선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았다.

    

예전에 읽어둔 책 세 권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이 쓴 <서울 선언>과 <갈등도시>는 내게 도시를 답사하고 탐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서울시립대 교수 염복규가 쓴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도 서울과 도시, 그리고 도시개발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연구하고 글로 쓰는지 내게 표본이 되어 주었다.   

  

위에 언급한 책들을 읽다 보면 저자들이 참고한 각종 문헌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내게도 도움이 되는 논문이 많아서 찾아 읽었다.     


그렇게 알게 된 지금 서울의 윤곽은 1963년에 완성되었다. 현재 서울인 지역이 1963년 이전에는 서울이 아닌 곳이 있었단 뜻이다.    

 

강남구가 그랬다. 영등포를 제외한 한강의 남쪽 넓은 지역이 1963년 이전에는 경기도 땅이었다.  

   

문헌들에 의하면 지금의 강남구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한 곳이었다. 강남구뿐 아니라 지금의 송파구와 강동구까지 모두 광주군에 속했었다. 그런데 서울이 한강 남쪽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서울로 편입된 거였다.  

   

1963년 행정구역 개편에 의한 서울 경계. 지금의 강남구와 서초구는 성동구와 영등포구에 속했다. (출처:나무위키)


이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 1963년 이후부터 70년대 중반 까지는 이 지역 모두 성동구에 속했다. 마침, 서울의 영역 확장 과정을 지도로 표시한 자료가 나무위키에 있었다. 문헌들을 토대로 고증해 보니 정확해 보였다.


한편, 한강 이북의 동쪽 한구석에 자리한 성동구가 한강 이남의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낯 설었다.


서울로 편입된 강남 지역은 처음에는 독립된 행정 관청이 없었다. 대신 성동구청에서 파견한 출장소가 대신했다. 지금의 강동구에는 천호출장소, 지금의 송파구에는 송파출장소, 지금의 강남구에는 언주출장소가 생겼다. 그리고 강남 개발이 시작된 70년대에 영동출장소도 설치되었다.    

 

강남은 한때 성동구, 경기도 땅이었다     


서울 형성 과정에 대해 얼추 그림이 그려지자 글 윤곽도 잡혔다. 사대문 중심의 조선 시대 한성에서 시작해 한강 남쪽 영등포에 진출한 일제 압제기의 경성 시절, 그리고 영등포를 중심으로 동서로 확장한 현재의 서울까지.     


그중에서도 강남 지역 변천을 큰 맥락으로 삼아 글을 썼다. 제목도 그런 방향으로 정했다. ‘강남은 한때 성동구였고, 원래는 경기도 땅이었다.’     


그렇게 뉴스포스트의 <도시탐구> 연재 첫 번째 글을 완성했다.          



http://www.newspost.kr/news/curationView.html?idxno=92391


매거진의 이전글 50대 새내기 기자의 취재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