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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Jul 10. 2016

사랑은 불꽃놀이

영화 <블루 발렌타인>

(스포일러 있습니다)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달리 현실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얼마나 사랑했던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사랑은 식어버리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이다. 그는 감당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



 1. 블루 발렌타인,


 

 우울함과 행복이 합쳐진 제목이다. 우울함을 뜻하는 'Blue'와, 커플에게 있어서 행복한 시간인 'Valentine'. 이처럼 영화를 잘 표현한 제목이 있을까 싶다. 신디(미쉘 윌리엄스)와 딘(라이언 고슬링)의 사랑은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지만, 결국엔 점점 뒤틀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저 '발렌타인'은 행복했던 젊은 시절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신디를 만난 딘의 관심으로 서로 사랑하게 된 둘. 사소한 것도 재밌고, 서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둘이다. 신디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결혼을 결심했지만, 그마저도 행복했으니까.


 그와는 반대로 '블루'는 현재를 나타낸다.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혼을 한 후 틀어지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 신디는 딘과의 결혼을 위해 의대를 포기하고 간호사가 됐지만, 딘은 과격하고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또한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신디와의 행복'을 핑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처럼 되긴 싫어요. 한때는 서로 사랑했겠죠? 절 낳기 전에. 사랑이 식어버린 걸까요?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데, 감정이란 걸 어떻게 믿죠?


 그런 그가 신디 지긋지긋한 것이다. 현실을 깨달았으며, 이미 완벽히 어른이 되어버린 신디에게 딘은 한심하고도 당혹스러운 존재다. 심지어 자신의 직장에 찾아와 깽판을 부린 그를 보면서, 신디의 감정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사랑이 식은 결혼을 겨우 견디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그렇기에 변하겠다는 딘의 말을 믿지 못했고, '미안해'라는 말로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걸 표현한다.


 그녀는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2. 그와 그녀의 거리


가족이 되자, 우리

 그들의 결말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사랑'이 아니라 '그들의 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거리. 사랑에 있어서 그 거리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된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거리. 사람들은 이것에서 서로를 시기한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떨까?


 먼저 신디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중산층 출신이다. 공부도 잘하고 의대를 갈 계획이었으며, 그것대로면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은 부유하지도 않으며, 돈을 벌기 위해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한다. 또한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결혼을 하기에는 부정적인 조건들을 다 갖춘 것이다. 돈도 없고, 직장도 딱히 좋지 않으며 가방끈도 짧으니까.


 때문에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혼자 고생하는 자신을 보고 신디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딘은 젊은 시절 '여자보다 남자가 로맨틱하다. 여자는 조건을 따진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서로가 조건이 심하게 맞지 않는다면 한쪽만 고생하게 될 테니. 그리고 그것을 신디가 겪었으며,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3. 사랑은 불꽃놀이


불꽃놀이를 표현한 영화 엔딩


 

 결국 사랑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영원히 사랑하고, 배신하지 않을 거라던 서약의 의미는 퇴색된다. 서로 죽고 못 살던 둘은 결국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에.


 둘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난다.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점점 더 과격해지는 그와, 사랑만으로는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녀. 서로의 이상이 다르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아무리 매달려도 결국 답은 '아니'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


 사랑하면 될 줄 알았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망가진다. 그래도 그녀에 대한 사랑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그는 모든 것에 예민해진다.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의심까지 하는 것이다. 사랑이면 다 될 줄 알았던 그는, 사랑 때문에 뒤틀리는 것이다.


 이제는 사랑이 소용 없어진 그녀도 망가진다. 먹고살기 위해 쉬다가도 일하러 나갈 정도로 일에 찌들어 산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 그를 보면서 피해를 입는 느낌이다. 부유하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만 간다. 미친 듯이 사랑했지만,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그녀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사랑은 불꽃놀이



 그러니 사랑은 불꽃놀이라고 하고 싶다. 한순간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순식간에 그 빛을 잃기에. 사랑 또한 그러하다. 한순간 아름답게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순식간에 사랑이 식기 때문이다.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만 결국엔 그 아름다움을 잃는 것. 사랑은 불꽃놀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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