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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20. 2017

미치거나 떠나거나.
이 땅에서 살아남기, 참 힘들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  ***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소설 내용 스포 주의 *** ]


한 줄 요약:

이 땅에서 살다 보면 정신이상이 오는 것도,

떠나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치거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을 때 보통 두 종류로 나뉜다. 책을 손에 잡고 내달리며 읽어 마지막까지 하루~3일 이내에 다 읽거나, 매일 읽으려고 앞부분을 뒤적거리다가 결국 못 읽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이 책은 단연 전자였다. 어렵지 않고 담담하게 쭉 읽을 수 있었다. 기승전결이 분명해서 심장이 쫄깃하거나 감정이 복받처 눈물이 흐르거나 하는 류는 아니었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독자를 데리고 갈 만큼 매력적인 책임은 분명했다.


이 책의 도입부는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살짝 이상해진 김지영의 일상 묘사로부터 출발한다. 남편 정대현의 눈에는 아내 김지영에게 장모님이 들어갔다 나가고, 예전에 자기를 좋아했던 차승연이 들어갔다 나간다. 정작 본인은 그런 이상함을 전혀 모른다. 그리고 다시 김지영의 출생, 어린 시절부터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사회를 거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은 다 내 일처럼 읽히고 내 친구의 일, 내 주변의 일로 보인다. 이 책에 나온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내 경험, 내 주변의 경험을 하나씩 코멘트하자면 아마 3일 밤은 새워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브런치 글 10개로 나눠 써도 모자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세상인데 어찌 정신이상 증세 없이 살 수 있겠냐고 부르짖는 듯했다. 그리고 이제껏 살아낸 우리에게 대견하고, 대단하다며 다독이며 앞으로도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개인이 되자고 호소하는 듯했다.


나는 초/중/고/대 교육을 마치고 직업인이 되어 기혼자가 된 것 까지는 진도를 나갔지만 그 이상(부모가 되는 것)이 되는 것을 늘 두려워했는데 그 두려움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한편으론 안도감과 확신마저 들었다.

덧붙여,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건 전에 페이스북 피드 어딘가였다. 누가 올린 책 구절이었는지 출판사의 책 광고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딱히 읽어볼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편의점 인간> 때문이었다. 사내 북리뷰 모임에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이란 책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책을 읽어보니 주인공이 내 나이 또래 여성이었다. 마침 2년 전에 읽었던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가 생각이 났고, 비슷한 또래의 여성 입장을 풀어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도 읽게 됐다.


떠나거나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이 이야기는 `계나`라는 한국 여성이 호주로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로부터 시작된다. 계나는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가서, 당당하게 새 땅에서 새 삶을 개척했고, 그곳에 정착한다. 이 글을 읽다 보면 그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실제로 내 주변에 친구, 동기, 가족,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미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에 이민 가서 살고 있다. 결코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한편으론 난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열과 전쟁으로 살기 힘들어서 피난 가는 난민처럼, 한국 사람들도, 나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좀 더 나은 삶을, 좀 더 상식적인 사회에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채.


그래도 오늘을, 내일을 살아내야 하기에

두 책 모두 담담하게 현재의 우리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일상과 그 문제점, 불합리함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그런 대목마다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이 두 소설 모두 그저 그런 패배주의를 심어주려고 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이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현실을 알고 그 현실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노력한다면 가능하다는 여지를 두고 있다.


나는 삶에서 다양한 부분에서 그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매일 정시에 퇴근한다든지,

집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든지,

모든 종류의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지,

사회적 차별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든지,

다소 피곤할 수 있지만 그래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방조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더 잘 해야겠지만 :)

내일은 다시 출근이다.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다시 파이팅이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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