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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Aug 16. 2017

공부인지 모르게 공부가 되게 하는 방법

끝나지 않는 일본어 공부

이전 글(외국어 공부,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이 높을까?)에서 품었던 질문.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적일까? 이렇게 단어를 냅다 외우고 문제 푸는 게 과연 최선일까?'라고 물었더니 짝꿍이 '이게 공부인지 모르게 공부가 되는 게 제일 좋지'라고 답했다.

와. 진리의 말씀이로다.
그런데.. 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건 함정..

그 고민을 행동으로 옮겨본 후기.


JLPT N1 올해 말에 도전할 수 있을까?

사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연초에 야심 차게 2017년에는 JLPT N1을 따겠다고 다짐했지만 7월에 JLPT N2에 응시하고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N2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세 달 남짓동안 공부해도 N1 합격은 요원한 목표 같다.

올해 N1을 못 딴다고 영영 일본어 공부를 포기할 것은 아니기에, 공부 같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을 몇 가지 구상했다.


라디오 대신 팟캐스트

즐겨 듣는 한국 팟캐스트가 몇 개 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그리고 김생민의 영수증. DISCO라는 모바일 큐레이션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어떤 분이 일본어 공부하실 때 일본 팟캐스트를 들으셨다는 글을 보고 '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싶었다.

전에는 라디오를 듣곤 했는데 라디오 콘텐츠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뉴스나 대화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켰지만 재즈 음악만 계속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곤란하곤 했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콘텐츠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듣기 연습하는데 좋은 재료가 된다. 또한, 제목이 있고 더불어 간략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힌트를 가지고 방송을 들을 수 있고 (저작권 이슈 등이 있어) 노래는 거의 나오지 않고 대화가 주로 이어진다. 그래! 이거야! 요즘 듣고 있는 팟캐스트는 'ひいきびいき'다. 소재도 일상적이어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ひいきびいき 팟캐스트

http://hkbk.fm/


좋아하는 거 자주 보기

집에 슬램덩크 전집이 있다. 한국판과 일본판 둘 다. 팬심에 소장하기 위해 구매한 것도 있지만 일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막상 사다 놓고 전시만 해두고 자주 보지 않았는데 이제 일본어 공부에 적극 활용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지난주에 잔뜩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생각했던 방법은 한글로 에피소드 몇 개 보고, 일본어로 똑같은 에피소드 보고,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고 지난 주말에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한 번 보기 시작하니 한국어판으로 정주행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왜 다 아는 내용인데 또 봐도 재밌는 거죠 8ㅇ8)

일단 자기합리화 방법을 찾았는데 한국판을 보고 보고 또 보면 어느 정도 외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럼 일본판을 볼 때도 어느 말풍선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을 거 같다. ('가볼까', '앗', '우오오오', '이런', '슈웃' 같은 단어가 절반 이상인 건 함정 ㅎㅎ)


추가조치를 취했는데 지난 주말에는 책을 다 꺼내놓고 봐서 한국어 버전 정주행을 한 거였는데 이번에는 읽고 싶은 부분에 해당하는 한국어판/일본어판 책을 딱 뽑아서 거실 책장에 두고 나머지 책은 원래 자리인 작은방 책장으로 다 옮겨두었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면 생각보다 작은방까지 가는 게 귀찮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꺼내져 있는 책을 번갈아 보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해보는 걸로!)


전에 번역본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원본을 사둔 게 있는데 바로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다. (원제: 우리에게 더 이상 물건은 필요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국문본과 원문을 번갈아 보면서 단어나 표현을 익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서 사둔 책인데 아직 한 두 번 밖에 안 봤다. 이 책 진도를 좀 나가게 되면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도 일본어 원본을 사서 보고 싶다!


관심 있는 내용 검색해보기

전에 해봤지만 지속적으로 하고 있진 않은 방법이긴 한데... 관심 있는 분야를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해 보는 거다.

전에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보고 와서 일본어로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어떤지 찾아본 적이 있다. 콘텐츠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읽는데 비교적 이해하기가 쉬웠다.

모든 메뉴들이 일본어로 구성된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클릭하면서 콘텐츠를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도 있고, 일본어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검색을 통해 찾아 읽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시리에게 일본어로 말 걸기

iPhone에 있는 음성비서 Siri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어보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 업무상 확인해 볼 것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질문 해본 것이었는데 막상 써보니 재미가 생겼다. 내 발음을 잘 알아듣고 받아 적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고, 센스 있는 답변을 내놓는 시리를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라도 더 걸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라인 프렌즈 캐릭터 상품인 CHAMP가 출시된다면 사서 집에 놓고 자주 말 걸어볼까 생각 중이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

이렇게 브런치에 쓰는 이유는 놀랍게도 브런치에 적으면 나와의 약속을 남에게 공표하는 효과가 생겨서인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전에 '단어, 그냥 무작정 외우는 수밖에!'를 적고 나서 단어를 꾸준히 외웠던 것처럼 이 글의 격려를 받아 공부인 듯 공부 아닌 공부 같은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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