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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Nov 15. 2021

프롤로그

 흔히 인생을 축구에 비유합니다. 많은 공통점이 있어서일까요. 각본은 없고, 희로애락이 있는 인생과 축구 모두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90분의 경기 시간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고요.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에는 50살이 되면 그제야 전반전이 끝난 셈이죠.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절망보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어서 단골 소재로 쓰이는지도 모르겠네요.


 인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고, 제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도 많았습니다. 선뜻 쓰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분명 존재했고요. 집중해서 관찰하기 위해 저는 축구라는 망원경을 선택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친숙한 장비로 세상을 본다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제법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덕분에 막막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시야도 조금씩 선명해졌습니다.


 목차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찾아보면서 인생과 축구 사이에 어떤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당연히 인생이라는 범주 안에 축구가 속하겠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그라운드 위에도 똑같이 즐비했기 때문입니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이 사는 것은 결국 비슷한 걸까요? 성공과 실패, 사랑과 우정, 희망과 절망까지. 이래서 축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나 봅니다.


 간혹 에피소드에 나오는 선수가 낯설 수도 있습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지만, 유명한 선수에 대해서만 글을 쓰고자 했던 건 아니었기에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구성보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고, 부차적으로 몰랐던 선수를 알아가는 계기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겁니다.


 제가 축구를 좋아했을 때보다 훨씬 축구를 접하기 쉬워졌습니다. 이렇게 표현을 하니 제법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저 20대의 끝자락에 있을 뿐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 입단한다고 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어떤 팀인지도 몰랐는데 그저 유명하다고 온통 떠들어대기에 명문인 정도로만 알았던 2005년 여름. 공교롭게도 뚱뚱했던 제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쉴 새 없이 축구를 하며 살이 많이 빠지던 시기였습니다. 축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공놀이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5년 가까이 달고 있던 비만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거실 TV로 MPC ESPN 채널에서 중계를 보았더랬죠.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오전 내내 학교에서 졸다 깨고를 반복하며 유럽과의 시차를 원망했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훨씬 편리하게 경기를 시청할 수 있고, 하이라이트 동영상도 금세 업로드됩니다. 옛날 추억까지 회상하며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말은 향수와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예전보다 과열되고 있다는 느낌을 부쩍 받습니다. 아무쪼록 본인이 좋아해서 응원하는 만큼 축구계가 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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