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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Nov 28. 2021

2. 지네딘 지단

중원의 마에스트로

 중원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미드필더에게 사령관이라는 칭호를 붙여줍니다. 최근에는 토니 크로스나 케빈 데 브라이너, 조던 헨더슨 정도가 좋은 본보기겠네요. 축구라는 스포츠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좁혀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많았고요. 그렇다 한들 중원의 마에스트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은퇴 이후에는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선수 시절 역시 세계 최고를 놓고 다투던 천재였습니다.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그의 플레이를 보면 감탄을 자아내기 일쑤였죠.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마르세유 턴은 화룡점정이었습니다. 상대 앞에서 순간적으로 축구공을 자신의 발로 잡고, 잡은 발을 축으로 회전시키는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축구공을 끌어와 잡는 동작인데요. 글로 표현하기에는 기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모르셨다면 이번 기회에 눈으로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수히 많은 기록을 소개해도 모자란 마당에 자꾸 그의 플레이에 대한 감탄 섞인 찬양만 하게 되네요. 날아오는 볼을 관리하는 기술인 트래핑도 축구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바로 지단이 트래핑의 대가였습니다. 어디에서 공이 날아오든 사용 가능한 신체를 활용하여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냈죠.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완벽했고요. 신체적인 조건까지 훌륭해 무결점에 빛나는 선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데뷔한 지단은 어린 나이였으나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차례로 석권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르도에서의 활약을 끝으로 프랑스와 작별한 지단은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출발을 하죠. 지단이 이적을 감행한 1996년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까지 세리에는 유럽에서도 최고의 리그로 꼽히며 황금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지단이 훗날 선수 경력 통틀어 최고의 감독으로 꼽은 우승청부사 리피를 비롯해 여러 명장의 존재도 주요했고요.


 초반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기대했던 모습으로 차츰 돌아왔습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유벤투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했죠. 소속팀 유벤투스도 끝없는 상승세를 맞이했습니다. 1995-96시즌 스쿠데토의 탈환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에 이어 지단의 합류로 리그 3연패까지 성공했죠. 이후에는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등의 악재 속에 소속팀도 추락하지만, 지단만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하며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고요.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도 지단의 활약은 돋보였습니다. 1994년 데뷔한 이후 첫 메이저 대회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으나 이후 월드컵과 유로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하죠. 특히 조국에서 열린 월드컵이었기에 의욕이 남달랐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브라질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지단이 연거푸 골을 넣으며 프랑스는 고대했던 월드컵 트로피 획득에 성공하죠. 2년 후에 열린 유로에서도 지단은 레블뢰 군단의 핵심으로 우승을 일궈냅니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힘입어 1998년 발롱도르의 주인공으로도 뽑혔고요.


 지단은 5년 동안 유벤투스를 위해 뛰며 31골을 기록했는데요. 200경기 이상을 뛰었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매년 40경기 이상 뛰었고, 6경기마다 한 골씩을 넣은 셈입니다. 상대의 견제와 압박 속에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가능한 일이었죠. 공로를 인정받아 유벤투스 명예의 거리 헌정 50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요.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여 팀을 꾸리겠다는 갈락티코 정책을 발표합니다.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지단과 호나우두, 베컴까지 영입하며 환상적인 전력을 구축하죠.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지단의 몸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였는데요.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단의 역할은 가히 필수적이었기에 당시 최고 이적료를 지출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데려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5번을 부여받은 지단은 입단 직후에는 잠시 부진했지만, 이내 정상궤도로 올라섭니다. 리그에서는 발렌시아와 데포르티보가 우승과 준우승을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켰는데요. 지단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하며 아쉬움을 일정 부분 해소했습니다. 2002-03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호나우두와 함께 좋은 호흡을 보인 지단은 결국 프리메라리가 우승까지 차지하죠. FIFA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도 추가한 시즌이었습니다.


 유벤투스와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5년을 뛰며 화려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유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기록으로만 따진다면 이탈리아보다 스페인 무대가 우위였거든요. 227경기를 뛰며 49골과 66도움을 올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무결점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죠. 2006년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지단도 울고, 전설을 떠나보내는 팬들도 5번 유니폼을 들며 같이 울었습니다.


 은퇴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서 행정 관련 업무에 이어 수석코치로 활동합니다. 당시 감독이었던 안첼로티를 보좌하며 라 데시마에 공헌한 지단은 유소년 클럽 지휘봉을 잡으며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죠. 2년 가까이 준수한 모습을 보인 끝에 1군 감독까지 선임됩니다. 초반에는 소방수의 역할로 투입되었으나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죠. 베니테즈 경질 당시 3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시즌 마지막까지 바르셀로나를 위협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거든요.


 별미는 챔피언스리그였는데요. 토너먼트에서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일격을 맞았으나 호날두의 활약으로 기사회생합니다. 이후에도 난적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격파하며 빅이어를 차지했고요. 역사상 최초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았죠. 정상에서 물러났던 지단은 팀이 곤경에 처하자 주저 없이 돌아와 급한 불을 끄는 등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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