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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Dec 02. 2021

3.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폴란드산 득점 기계

 엄청난 결정력 덕분에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르트 뮐러가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뮐러가 눈을 감기 직전까지 상태가 나날이 나빠졌다고 밝혀 가슴을 아프게 했죠. 전성기를 구가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물론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올리버 칸, 토마스 뮐러 등 구단과 선수를 가리지 않고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2021년 5월 15일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는 득점 후에 세리머니로 뮐러를 기리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레반도프스키의 리그 40번째 골이었죠. 게르트 뮐러가 1971-72시즌에 수립했던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과 동률의 기록이었고요. 우연의 일치인지 40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어코 40골의 기록도 깨졌는데요. 레반도프스키가 집중력을 발휘해 골을 추가하며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득점도 41골로 새롭게 경신됐죠. 4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역시나 게르트 뮐러가 보유했던 종전 기록도 갈아치웁니다.


 쉽지 않은 기록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분데스리가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득점과 관련된 기록은 게르트 뮐러의 독차지였거든요. 1위부터 3위까지 뮐러가 세운 40골과 38골, 36골이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롱도르의 주인공은 없었지만,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던 레반도프스키가 리그에서 넣은 골이 34골이었죠. 2020-21시즌 초반부터 놀라운 결정력을 선보이더니 페이스를 유지해 41골을 몰아치며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레반도프스키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까지 10년 넘게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동안 크게 기복이 없었는데요. 언제나 한결같았죠. 입단 당시만 하더라도 루카스 바리오스의 존재로 후보에 머물렀으나 찾아오는 기회를 훌륭하게 살려냅니다. 이후 완벽하게 주전으로 도약한 2011-12시즌부터 지금까지도 큰 부상 없이 소속팀의 최전방을 든든히 책임졌죠. 오늘날 정통 9번에 가장 어울리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바로 레반도프스키니까요.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존재는 가히 독보적입니다. 2012-13시즌부터 우승을 놓친 적이 없죠. 언제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요. 유일한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도르트문트 역시 최근에는 힘이 빠진 모양새입니다. 서로의 맞대결인 데어클라시커는 스페인의 엘클라시코 버금가는 열기를 자랑했다가 최근에는 박진감이나 치열함이 예전만큼은 못하죠.


 유망주가 끊임없이 나오는 분데스리가에서도 대부분 뮌헨 유니폼을 입길 원합니다. 뮌헨에서 자신을 영입하려고 하면 주전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일단 이적을 희망하니까요. 역시나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인 도르트문트에서도 마찬가지죠. 라이벌 관계지만, 이적은 자주 성사됐습니다. 훔멜스나 괴체, 레반도프스키가 유니폼을 바꿔 입은 대표적인 선수들이죠. 팬들은 분노했으나 선수 개인의 발전이나 미래를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입니다.


 훔멜스나 괴체는 다시 도르트문트로 복귀했으나 레반도프스키는 여전히 뮌헨의 주포로 활약 중입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 합류해서도 순도 높은 득점력으로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죠. 공격수로서 득점과 관련된 기록의 역사도 본격적으로 써 내려갑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 경쟁이 가능한 팀이었기에 자연스레 레반도프스키의 활약도 돋보였고요.


 2020년에는 꿈의 무대에서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석권하며 소속팀에 우승을 선사합니다.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티그레스를 누르며 바르셀로나에 이어 6관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죠. 역사에 길이 남을 11명 중 최전방을 책임진 선수는 당연히 레반도프스키였습니다. 나브리와 코망, 사네와 뮐러까지 공격진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상대의 골문을 위협했거든요. 무대를 가리지 않고 득점하며 개인 수상까지 독차지했죠.


 2021년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추가했는데요. 샬케와의 맞대결에서 골을 추가하며 통산 500골이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현역 선수 중에는 호날두와 메시, 이브라히모비치와 수아레스만이 이룬 대업이었고, 은퇴한 선수까지 통틀어도 8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죠. 분데스리가에서 13경기 연속 득점에 이어 공식 대회 16경기 내내 득점하는 금자탑도 쌓았고요.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300골까지 돌파하는 엄청난 기록까지 새로 썼습니다.


 레반도프스키는 조국인 폴란드에서의 기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그는 지금도 주장 완장을 차며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죠. 2021년 기준 폴란드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동시에 제일 많은 골을 넣은 선수고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연기된 유로 조별 예선에서 6골을 넣어 폴란드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습니다. 비교적 약체라고 평가받는 폴란드지만, 레반도프스키의 존재로 공격진의 무게감은 사뭇 남달랐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폴란드 올해의 축구선수에 무려 10년 연속해서 수상하는 기쁨도 누립니다. 골키퍼 포지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유벤투스 소속의 슈체스니나 공격수 밀리크, 피아텍도 레반도프스키의 아성을 넘기는 역부족이었죠. 명실상부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선수이며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까지 발행됩니다. 2021년에는 축구로 폴란드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았죠.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거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으로 있을 때 레반도프스키와 동행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극찬했고, 도르트문트에서 인연을 맺었던 클롭은 경기력에 대해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41골의 경지에 올랐을 당시 감독이었던 플릭도 게르트 뮐러의 기록을 깰 선수는 레반도프스키뿐이라고 말했는데 1년 후에 예언은 현실이 되었죠. 감히 폴란드를 넘어 현존하는 최고의 폭격기라 부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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