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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Dec 11. 2021

5. 다니 알베스

세계 최고의 우승 청부사

 올림픽 2연패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브라질이 야심 차게 뽑은 와일드카드 3명의 선수 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노장이 있었으니 바로 다니 알베스입니다. 올림픽 축구에는 나이 제한이 있어 특별한 출전 자격을 지닌 와일드카드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골키퍼 산토스와 센터백 디에고 카를로스 그리고 다니 알베스가 최종 선택을 받았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연장전 끝에 난적 스페인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거든요.


 우승 이력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한 다니 알베스의 스펙은 실로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축구 황제라고 불리는 펠레보다 우승한 횟수가 많으며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영광도 그의 차지였죠. 2021년 기준으로 성인 무대 데뷔 후 43번째 우승을 경험했으며 2003년 20세 이하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기록은 44회로 늘어납니다. 40번 이상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죠. 워낙 독보적인 수치라 당분간 다니 알베스의 기록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운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싶습니다. 원래부터 알베스가 올림픽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요. 자국에서 개최되는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희망했으나 부상으로 좌절됩니다. 일정에 여유가 생긴 알베스는 부상에서 회복하며 차선책으로 올림픽 무대를 희망했죠. 알베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에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올림픽에서는 우승을 차지합니다.


 우승과 관련된 기록은 보통 공격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승하려면 승리가 필요하고,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니까요. 바로 그 골을 넣어줄 적임자로 공격수인 경우가 대다수죠. 실제로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의 우승 경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인데요. 두 선수 모두 30회가 넘는 우승 경력을 자랑합니다. 현역 선수만 따지면 알베스와 이니에스타 정도만이 메시보다 앞에 있었고, 호날두 역시 피케 다음의 기록 보유자였죠.


 알베스는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운까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 우승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거든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운동에다가 부상이나 퇴장 등의 변수도 많기 때문이죠. 일단 다니 알베스는 어린 나이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거쳤던 클럽의 질이 높았습니다. 리그 내에서 명문으로 손꼽혔기에 자연스럽게 우승 경쟁이 가능했고요. 자기관리 역시 철저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한 적도 드물었습니다.


 2001-02시즌 브라질의 바이아에서 본격적으로 프로에 데뷔한 알베스는 첫 우승을 2002년에 이뤄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요. 프로 경력 내내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도 많지만, 알베스는 20살이 채 되기도 전에 본인의 커리어에 우승을 추가합니다. 그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던 프리메라리가의 세비야가 결국 영입에 성공하는데요. 알베스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죠.


 세비야는 스페인 1부 리그에서 강팀으로 꼽히는 팀은 맞지만, 냉정하게 말해 우승까지 노릴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라는 양대산맥에 이어 최근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3강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알베스가 세비야에 머문 6년 동안 우승이 없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리그 우승은 없었지만, 컵대회나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거든요. 크고 작은 대회를 포함해 5번의 우승을 일궈냈으니 거의 매년 우승을 맛본 셈이죠.


 벨레티와 잠브로타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바르셀로나가 그들의 대체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순위는 리그 내에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인 우측 풀백 다니 알베스였죠. 2008년 여름에는 잠브로타까지 AC밀란으로 떠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르셀로나는 당시 최고 이적료를 투자해 알베스를 데려옵니다. 세비야에 이어 바르셀로나로의 이적 역시 성공적이었는데 대부분의 우승을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경험했거든요.


 선수 시절 대부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니 알베스와 마찬가지로 2008년 여름 팀에 합류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메시를 필두로 사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푸욜 등과 함께 엄청난 전성기를 구가하죠. 역대 최초로 6관왕을 기록하는데요.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알베스 역시 주전 수비수로 힘을 보탰고요.


 수많은 영광을 함께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독일로 떠났지만, 알베스는 팀에 남아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어느덧 바르셀로나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 잡았죠. 영원할 줄 알았던 바르셀로나와의 동행은 2016년에 끝이 나는데요. 이미 30살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로의 이적이 확정됐습니다. 역시나 주전으로 경기에 나섰고요. 1년의 짧은 동행이었으나 리그 우승은 물론 컵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죠.


 유벤투스를 떠나는 과정이 마냥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활약을 보였음에도 잡음이 있었거든요. 다음 행선지는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이었습니다. 무대를 옮긴 이후에는 알베스의 다재다능함이 돋보였는데요. 선수 생활 줄곧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뛰다가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경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축구 센스가 좋았던 알베스는 노장의 나이임에도 맡은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했죠. 이미 프랑스에서는 적수가 없던 파리에서도 역시나 리그 2연패를 비롯해 2년 동안 5회의 우승을 추가합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는 다시 고국을 택했습니다. 2022년 12월까지 상파울루와 계약을 맺었죠. 프랑스에서 부여받았던 역할을 한껏 살려 나이를 잊게 만드는 활약을 선보였고요. 다만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소속팀 상파울루는 16년 만에 무관을 확정지었습니다. 다니 알베스가 가진 우승 트로피 중에 유일하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회가 바로 월드컵인데요. 다가오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영광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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