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감정은 항상 증오를 동반한다. 사람도 운동도 연애도 다 그렇다. 포항에 와서 이틀 내내 9시부터 5시까지 서핑을 했다. 그래도 파도를 보는 눈은 좀 길러졌다 생각했는데. 포항파도 도무지 어렵다. 양양의 파도는 그래도 힘이 비교적 약하고 길이 잘 보였는데, 포항의 파도는 낯설기만 하다.
힘도 세기도 세서 *덤프파도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또 걷고, 퍼포먼스를 하고 서퍼분들이 멋지게 라이딩을 하는 거다.
한참을 패들 하다가 *노즈다이빙도 하고, 모래에서 구르고(샤워할 때 수영복에서 미역 나왔다), 파도 찾아가는데 조류는 또 세서 패들을 해도 제자리고. 이제 *라인업도 요령이 생겨 보드를 머리 위에 이고, 어느 정도 들어오면 막 패들질을 해서 들어간다.
이렇게 들고간다.
이 방법이 꽤나 잘 통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보드를 머리에 이고 들어가는데 내 키보다 큰 파도가 와서 퉁 하고 날아가 드럼세탁기 빨래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사실, 하루이틀일은 아니다. 오늘도 쉴 새 없이 구르고, 모래도 먹고, 머리카락에 모래도 다 꼈으니까. 그래도 비교적 치열하게 탔는데, 제대로 된 라이딩이 2개 나올까 말까였다. 바다가 낯선 탓이라 위안 중이다. 근데 또 로컬(?)분들은 그 빠르고 힘찬 파도 위에서 여러 기술을 선보이니 너무 분했다. 보드를 탕탕 치면서 "아 짜증 나"하고 혼자 성질을 부렸다.
그렇게 혼자 성질부리다가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입영을 하고, 자유형을 하고, 평영을 하면서 헤엄치니 마음이 좀 풀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면 다들 잘 탔다. 내가 서핑을 좋아하는 마음만큼 되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했다. 왜 열심히 타도 늘지 않는 거야. 그랬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타야 하는 건가? '아니야 다시 한번 더 해보자. 조급한 마음으로 이 애정을 그르치지 말자 결론 냈다.'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내가 애정이 있으면 짜증 난다. 집착도 하게 된다. 왜 내 연락은 안 보는 거고, 왜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거고, 내게 무심한 거 같은지.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도 내가 좋아하니까 그런 거다. 관심 없는 사람이면 카톡창에 1도 안 지워질 거고, 내게 연락이 오든 말든, 밥을 같이 먹든 말든 관심밖일 거다. 연인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다.
물론 무작정적으로 좋다고, 상대의 싫다는 의사를 무시한 채 계속 들이대는 건 범죄다.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요즘은 그러면 스토킹이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증오의 본질은 애정에 있다. 애정이 있으니 욕심이 생기고 싫은 마음도 생기는 거다. 그러니 마음을 잘 컨트롤 하자. 싫어하는 마음을 좀 줄이고, 기대와 속도를 내 페이스만큼 잘 조절해서 좋아하자는 거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싫은 마음이 생기면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까지 잡아먹어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연인이든, 대인관계든, 운동이든, 취미든 잘 다스리고 이걸 인지한다면, 다 잘 풀릴 테니까.
*덤프파도 : 순간적으로 한 번에 부서지는 파도. 라이딩 하기 힘듦
*노즈다이빙 : 파도에서 순식간에 떨어지는거? 파도타다가 뚝 떨어지는 걸 말하는데, 정확한 설명은 수정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