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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바람 Aug 18. 2023

안녕, 2023년의 여름

올해 여름은 물과 함께했다.

여름이 지났다. 며칠 전 포항에서 느꼈던 쌀쌀한 밤공기는 여름이 지나갔던 탓이었나 보다. 여름철 장사만 하는 곳의 시즌은 8월 15일부터 20일 사이에 끝이난다. 그 날짜를 계속 들어, 여름이 좀 거 길거라 생각했다. 물론 아직 더위의 여파는 있겠지만. '이번 여름에 난 뭘 했을까' 하며 아쉬움에 머리를 부여잡게 된다.

 입하는 5월 6일, 3개월가량의 시간을 나는 물에서 보냈다. 열심히 올림픽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수영모임 분들과 계곡도 놀러 가고, 수영으로 한강도 건넜다.

 친구와 강릉여행도 가고, 동생들과 속초로도 놀러 가고, 여름의 가장 더울 시기인 7,8월은 서핑을 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내겐 더 많이 주어질 줄 알고 여유만만했던 내가 조금 얄밉다. 이럴 거면 더 치열하게 살걸. 더 치열하게 서핑할걸. 한 바퀴라도 수영장 레일을 돌걸. 또 나를 다그친다. 사람이 성장과 실적에 미쳐버리면 이렇게 되려나. 그래도 더위가 곧 한결 가시겠지. 아쉬움도 함께 가시겠지. 서울에서 아스팔트의 잔열도, 양양 해변 뜨거운 모래의 통증도, 내리쬐는 햇볕에 그을린 피부도, 포항 바다의 미지근함도, 울릉도의 선선한 여름바람도 내겐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그 여름이 이제 과거가 됐다. 이 여름은 계속해서 회자되겠지.

 유교걸 패션을 고수하던 나는, 올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수영 강습을 하면서는 수영복이 계속 짧아졌다. 처음 입던 수영복은 반신 수영복으로 반팔 반바지였다. 다음 수영복은 나시스타일에 반바지 수영복, 그리고 다음은 나시스타일에 하이컷 수영복. 점점 과감해졌다. 그 이유는 실용성 탓이었다. 평형과 접영을 들어가며 팔 동작과 다리 동작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양양에 가서는 그 어느 곳보다 강렬하게 이글거리는 태양 탓에 조금이라도 덜 덥기 위해 나시티에 반바지만 입었다. 그렇게 입다 보니 반팔마저 더웠다. 뭐 양양에선 남자분들은 바지를 벗고 다니고,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데 뭐. 하며 나의 스타일로 고착돼버렸다. 피부는 점점 까매지고, 매일 서핑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잘 못 먹으니 살도 쭉쭉 빠졌다. 어쩌다 보니 다이어트가 되고, 태닝도 했는데 나름 마음에 든다. 정말 새카매진 피부 탓에 "외국인이시죠?", "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라는 말을 몇 번 듣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건 뭔가 했는데, 사람들이 남미 쪽 사람 같다는 미묘한 느낌이 든다 말한다. "저 한국인인데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면 싸늘해지는 분위기도 나름 즐겼다.

 

계속 돌아다닌 탓인지, '얼굴 한 번 보자'를 3년째 말했던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랑 전혀 연고가 없던 포항에서 밥도 먹고, 서핑샵에서 만난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 서핑샵에서도 몇 명의 친구를 사귀고, 울릉도에서도 즐거운 인연들을 만났다. 물론 식당에 혼자 가서 사장님을 5번 불러도 무시했던 호텔 내 식당도 있었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추억이 될 거고, 이 추억을 사랑하게 될 거다. 비록 좋지 않은 일들도 여러 개 있었어도 그 좋지 않은 일을 겪은 만큼 또 엄청 좋은 일들이 있겠지. 그것이 음양조화이니까. 나름 여름동안 주역을 읽었다고 그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주역의 원리에 입각하면 음과 양의 조화는 마땅한 거니 이제 좋은 일들을 기다려 보련다. 올해 여름 힘들일이 많았던 만큼, 좋은 인연도, 좋은 기회도 많았다. 그것에 만족한다.  내가 다 이겨내고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니. 내 생애 가장 덥고,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에게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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