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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바람 Sep 01. 2023

역시 글은 경험에서 나온다.

주짓수와 MMA를 시작했다.

 요즘은 비교적 단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 중이다. 우선 업무상으로는 세일즈법, 재고관리, 물류 입출하관리, 고객응대, 매장관리, 인스타와 블로그관리까지. 여러 업무를 배우고 경험 중이다. 최근에는 체험단의 기회로 프리다이빙교육을 받았는데 그에서도 글감이 천지다. 막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종목에 대한 궁금증도 들고 또 기원을 찾아보면, 그게 다 콘텐츠가 돼버려서 쓰고 싶은 글이 쏟구친다.

 3년 만에 시작한 주짓수와 MMA, 노기 주짓수를 시작했다. 월, 수는 주짓수를 하고 화, 목은 MMA, 금요일은 노기 주짓수를 배운다. 오늘은 MMA 복싱을 배웠다. 배우고 싶은 운동이 잔뜩 이었는데, 레슬링, 킥복싱, 주짓수까지 거기에 노기주짓수도! 모두 배울 수 있는 멀티짐이라 너무 신난다. 전에는 한 가지만 가르쳐야 전문성이 있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아니다. 소위 가성비를 따지게 된 거다. 이것저것 다니는 것보다 한 군데에서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 거기다 관장님도 사범님도 각 종목 모두에 전문성을 지녔고, 어떤 종목이 메인니냐의 차이가 있으니 배울게 너무너무 많았다.

 오늘은 스텝과 원투 원원투(?)를 하는 걸 배웠는데 스텝을 오랜만에 밟아보니 낯설었다. 발이 매트에 쓸리는 감각도 다시 너무나도 생소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내내 밟았던 게 스탭인데 몇 년을 쉬었다고 버벅거렸다. 20분가량 어리바리를 하고,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때리니 스텝 감각이 돌아왔다.

 합기도를 오래 한 탓에 주먹을 쓰는 것보단 발을 쓰는 게 더 익숙하다. 나름 발차기를 잘했다. 남자애들이 잡아줘도 미트를 날려버릴 정도로 힘이 센 편이었으니. 양양에 있을 때 그렇게  샌드백을 때리는 감각이 그리웠는데, 이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때리니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샌드백은 4개 한 명은 쉐도우 복싱, 한 명은 사범님이 잡아주는 미트를 때린다. 습관적으로 스텝을 밟으며 왼쪽, 오른쪽으로 돌았다. 사범님이 그러다 한대 맞을 수도 있다고 다그쳤다.

요걸 감고 글러브도 꼈다.

 샌드백을 치기 시작하니 스텝이 기억났다. 발이 저절로 앞, 뒤 스텝을 밟으며 샌드백을 미친 듯이 때리고 있었다. 몸이 기억했다. 3번째 샌드백으로 갈 때쯤 본능적으로 발차기도 툭툭하고 있었다. 이너피스에 집중하는 삶을 택했는데, 역시 무도가 내 체질이었나.

 복싱과 MMA스타일 복싱은 차이가 있다. MMA스타일은 킥복싱이기에 앞발과 뒷발을 사선으로 두는 게 아닌, 앞발은 정면으로 둬야 한다. 왜냐면 앞발이 사선으로 가있는 경우 상대가 발차기를 하면 바로 털리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뒀을 때 무릎을 들어 막아야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감이 왔다. 발차기 스타일의 포지션, 그냥 합기도 발차기 포지션이었다. 낯설게 없었다. 나, 가드를 올리는 건 조금 달랐다. 합기도의 경우에는 발차기를 막고 호신술을 들어갈 수도 있기에 턱 아래 손바닥을 펴고 가드를 올린다. 왼손의 위치는 같다. 오른손의 위치는 턱 바로 아래 둬야 한다. 안 그러면 바로 펀치를 맞을 수 있다. 시선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턱을 당기고 복부에 힘들 줘 서 축이 있다고 생각하고 눌러놔야 한다. 앞뒤가 무게는 5대 5로. 그래야 언제든 튀어나가서 타격을 할 수 있고, 언제든 피할 수 있다. 스프링 마냥 5대 5로 눌러놓는 포지션은 서핑의 포지션과 비슷했다.

 너무 재밌다. 요즘은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너무 재밌다. 글을 쓰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여러 운동을 하는 것도, 그리고 하나하나 해내면서 달라지는 내 마인드를 지켜보는 것도. 모든 게 다 성장했다. 당장 올초의 나와 비교만 해도 나는 한층 성숙해 있었다. 사실 지금은 삶의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는다. 기분 나쁘고 나쁜 일이 있었대도,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가 생각난다. 주인공인 에블린은 자신이 살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삶을 살아가는데, 역설적으로 최고의 순간들을 사는 평행우주의 자신들은 최악의 순간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부러워한다. 그게 참 모순적이지만 감동이었다. 평행우주의 개념도, 낙관적 허무주의에 대한 개념도 다 너무 좋았다.

출처 : 네이버

 인생을 되돌아보면 후회할만한 선택들이 참 많다. 하지만 만족한다.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했고, 난 늘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내면의 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걸 좇으니 글 쓸게 참 많다. 하루가 너무 부족하다. 이 하루하루를 헛되이 살아가지 않고 싶어 참 발버둥이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또, 좋아하는 걸 해내기 위해 그렇다. 난 결국 그런 사람인 거다.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행복할 거고,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냐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얘기할거나. 평생 그렇게 살 거다. 평행우주에 훨씬 잘 살고 있는 내가 있어도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아니다 좀 느끼긴 하려나? 아무튼, 몇 년 뒤 든 몇 십 년 뒤든 난 좋아하는 일하면서 행복하다고, 글 쓸 주제가 생겼다고 신나게 글을 쓰고 있겠지. 역시 글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내 내면에서 나온다. 내일 죽는다 해도 계속해서 글을 쓰다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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